잡담 230529

by 이경




0. 섬섬옥수에 대하여.


1. 짤은 독자이면서도, 나와는 같은 출판사에서 책을 내신 작가 홍만춘 선생님의 인서타 스토리 짤.

보면서, 아 홍선생님 참으로 섬섬옥수를 지니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능.


2. 거실 생활을 하며 티비는 보통 스포츠 채널에 맞추어 놓는데, 특히나 라이브 방송이라면 무조건이라능. 라이브라는 게 무엇인가. 생생한 현실 아닌가. 넘치는 활력! 특히나 시차가 몇 시간이나 나는 구라파 축구의 라이브를 보는 것을 즐긴다능.


그렇게 스포츠 채널을 휘리리릭 돌려보다가, 요즘엔 홀덤 국가대표 선발전을 티비에서 해주길래 좀 지켜보았다능. 이거 말 그대로 포커페이스가 필요한 종목 아닌가 싶은데, 티비 속 플레이어도 딜러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고, 또 누군가는 모자도 쓰고 있어서 당최 어느 누가 포커페이스를 지니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능.


여튼 홀덤을 보면서 제일 좋았던 장면은 여성 딜러가 플레이어들에게 카드를 휙휙 던져주는 장면들.

절도 있게 카드를 튕기는 딜러의 손이 몹시 섬섬옥수였던 것입니다...


가끔 일어나선 곤란한 상황을 상상하기 좋아하는 나는 딜러의 가냘픈 손을 바라보며 그가 던져주는 카드가 뒤집히는 일이 생기면 어쩌나 싶었지만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아.


3. 가끔 어떠한 손이 아름다운 손인가, 생각하곤 한다. 외형적으로 비유티풀한 손과 주부습진에 시달리는 거친 손, 중노동으로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 손, 환자를 살리는 의사의 손.


이런저런 손들 중에 키보드 위에 올려놓고 뚱땅뚱땅 자판이나 두드리는 작가나부랭이의 손은 어떠한가 싶기도 하고.


4. 다소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자라, 주방에 들어가면 고추라도 떨어질랑가 싶어, 설거지도 잘 하지 아니하는 나이지만, 이번 토요일 오전에는 음악을 랜덤으로 틀어놓고 간만에 세상에서 가장 슬픈 거지, 설거지를 만난 것이야요.


근데 설거지하다가 빛과 소금의 라이브 버전의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가 흐르는 거 아니겠어요. 저는 그 음악을 들으며 설거지하던 물의 세기를 조심스레 줄였던 것이야요...


이소라의 버전도 윤하의 버전도, 모두 좋아하지만 가끔은 빛과 소금 한경훈의 버전이 가장 가슴 아프게 들리는 그런 날들도 있는 것이야요... 특히나 그것이 라이브로 흐르는 음성이라면.


5. '제발'이라는 단어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쓰기엔 그 뜻이 좀 너무 과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늘 하는데요. '제발' 정도로 말하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신에게나 부탁할 때쯤 써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에서 그렇게 노래하는 거 아니겠어영?


제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6.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곡도 있는데 라종민 1집에 실린 <그대 나와 함께>라는 곡이 그렇다능. 이 곡을 라종민과 함께 부른 이가 누군가 하면 배우 김희애라능.


젊은 시절 노래하던 김희애의 목소리를 좋아한다능.


7. 종일 비 오는 주말. 김현철 4집에 실린 <It's raining 2>을 듣는다능. 비가 와아아아... 비가 와아아아...


8. 하고픈 말 쓰고픈 말이 많이 생겼다가 많이 묻어버리는 나날. 요즘엔 앞으로 나에게 책을 낼 기회가 몇이나 더 있을까, 있기는 있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9. 이소라의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를 들으며 잡담 마무리.


'난 너에게 편지를 써, 모든 걸 말하겠어'


며칠 전 한 편집자님에게 메일이 한통 왔는데, 답장도 못하고 있는 요즘이라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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