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간들

by 이경




점심으로 8,500원짜리 전주식 콩나물국밥을 시켜서는 뚝배기바닥이 보일 때까지 다 먹어놓고서도 어쩐지 허기가 가시질 않은 것이었다. 결국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얼마 전 새로이 오픈한 CU에 들러 빵이라도 한 쪼가리 사다 먹자는 생각이 전두엽으로부터 흘러나왔다. 평소 운동을 게을리하여 멍청하기 그지없는 나의 전두엽이었으나 이렇게 배고픔과 먹는 것에 관련하여서는 재빠른 사고의 결과물을 도출해 낸 것이었다.


CU 앞에 갔더니, 편의점 유니폼을 입은, 코 아래 지저분하게 수염을 기른, 또 피부는 바깥에서 운동을 한 듯 까맣게 탄, 주인인지 알바인지 모를 한 사내가 이제 막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려 하고 있었다.

사내가 담배 한 대 태울 때까지 기다렸다가 들어갈까, 아니면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면서 "물건 고르고 있을 테니까 마저 태우고 들어오세요." 하고서 오지랖 섞인 친절의 말을 걸어볼까 하다가, 결국에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서 사내를 못 본 척 편의점 안으로 쑤욱 들어가 버린 것이다.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더니 역시나 콧수염을 기른 까만 피부의 사내가 바로 따라 들어오며, "어서 오세요." 하고 인사를 건넨다. 사근사근한 목소리. 저 사람, 생긴 것과 다르게 친절하군,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속으로는 불을 붙이자마자 버려야 했을 담배를 떠올리며 나를 욕하고 있진 않을까 하는, 알 수 없는 그의 마음을 내 멋대로 추측해보기도 하였다.


복잡하고도 불편한 마음. 역시 조금만 기다렸다가 들어올걸. 이름 모를 사내에게 민폐를 끼쳤구나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드는 한편, 편의점을 한 바퀴 쑥 둘러보고서 아무 물건도 사지 않고 나가버리면, 저 사내 분명 금세 버려버린 담배를 생각하며 약이 올라 속으로 나를 욕하겠지, 싶어 웃음이 새어 나올 것 같기도 하였다.


이리저리 뻗어나가는 생각의 가지들을 싹둑 잘라내 버리고서는 2,500원에 원플러스원 행사를 하는 조지아 크래프트 커피와 함께, 초코바 하나를 들고서 계산대 앞으로 갔다. 콧수염을 기른 까만 피부의 주인인지 알바인지 알 수 없는 사내는 카드 결제를 받고서는 역시나 친절하게 "감사합니다." 하고서 인사를 건네어주었다.


"담배 태우고 들어오셔도 되는데, 저 때문에 죄송합니다." 하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다가 목구멍 어디에선가 멈추어버렸고, 나는 계산한 물건들을 들고서는 편의점 밖으로 나왔다.


내가 산 초코바는 미니자유시간 세 개가 들어간 제품으로, 제품명은 '자유시간들'이다. 시간을 복수형으로 쓴 제품명이 어쩐지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시간들이라는 것은 나의 자유시간이 하나둘 모여 복수형을 이룬 걸까, 아니면 너와 나의 자유시간이 모인 복수형인 걸까.


자유시간들을 하나둘 꺼내 씹어 삼키며, 편의점 앞에서 담배를 태우려던 사내에게서 나는 그의 짧은 자유시간을 빼앗아버린 사람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몰라몰라 졸려요 졸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빈처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