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물과 편집자의 우쭈쭈

by 이경



오경철 편집자의 책 <편집 후기>의 후기 보너스 편이랄까. <편집 후기>에 실린 작가 소개글은 단 4줄에 지나지 않는데, 그중 한 줄이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하는 내용이다. 이 문장이 저자 스스로 넣은 내용인지, 아니면 출판사에서 넣자고 한 내용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아마도 오랜 시간 문학 편집자로 지낸 저자의 전문성을 알리고자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연대 나오셨구나. 국문과 나오셨구나. 공부를 잘하셨구나. 사실 <편집 후기>를 읽으면서, 작가가 쓰는 어휘에서 일상생활에서 쓰지 않는 단어들이 종종 등장하는 걸 보았다. 그렇다고 막 사전을 찾아봐야 할 정도로 아주 어려운 단어들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나라면 조금 더 쉬운 단어로 썼을 거 같은데 하는 단어들도 분명 있었다. 이게 굳이 나쁘게 말해보자면, 글에서 먹물 냄새가 좀 난다는 거고... (좋게 말하자면 문학적인 느낌이 난다는...)


내가 가방끈이 짧고, 거기에 대한 열등감이 있어서인지 (나는 고졸이다.) 공부 잘하신 분들, 특히 좋은 대학을 나오신 분들을 보면 조금 위축이 되기도 한다. 근데 이게 책을 쓸 때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 무슨 말이냐면, 출판 편집자들은 지나치게 고학력자인 경우가 많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SKY 나온 편집자들이 수두룩하다. 아니, 책 만드는 데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하실 필요가 있는가, 싶으면서도 편집자 백이면 백 모두 나보다는 공부를 많이 했다는 생각에 나는 늘 그들에게서 배우려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이게 저자로서 글을 쓰고 책을 쓰고 편집자를 상대하는 데에 정말 도움이 된다.


오경철 편집자는 <편집 후기>에서 대가들의 글을 이야기한다. 한 분야의 전문가들. 하지만 그런 대가들의 원고도 완전치 않다고 말한다. 내가 보았던 몇몇 편집자들이 말하는 가장 싫어하는 저자군도 바로 교수 집단이었다. 그들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는 이유로 편집자들에게 글자 하나 고치지 못하도록 어깃장을 놓는다는 이야기였다. 반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많은 나는 편집자들의 의견을 경청한다.


<편집 후기>를 읽으면서 가장 서글프게 다가온 것은 '남의 글'이라는 표현이었다. 편집자는 늘 그렇게 자신의 글이 아닌 '남의 글'을 다루는 사람들 아닌가. 세상 모든 편집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편집자들은 남의 글이 아닌 자신의 글을 쓰고 싶었던 (싶어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실제로 편집자와 작가의 삶을 함께 살아가는 이도 많고, 편집자로 시작하여 작가의 삶을 살아가는 이도 있다. 오경철 편집자 역시 책을 통해 한때 자신의 글을 쓰고 싶었지만, 작가로서의 재능이 없었음을 말하기도 한다.


나는 심심찮게 글공부를 많이 하신 분들, 그러니까 국문과라든지 문창과를 나온 사람들, 혹은 고학력의 편집자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나보다 훨씬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해온다. 실제로 그런 생각을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이 말을 하는 다른 한 편의 저의가 있다면 이런 것이다. 저는 글공부를 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렇게 글을 쓰고 책을 쓰고 합니다. 그러니까 빨리 저를 우쭈쭈 해주십시오...


내가 만나온 편집자들은 이런 우쭈쭈를 잘해주었다. 편집자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나보다 좋은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나의 생각을 밝혔을 때, 한 편집자는 "우리는 '내 이야기'를 쓰지는 못하는 사람이니까요.'라고 말해주기도 했다. 열등감 덩어리인 나는 편집자의 그런 말에 커다란 우쭈쭈를 받았다. 나는 내 이야기를 쓸 줄 아는 사람이라는 자긍심이 피어나는 것이다.


<편집 후기>를 읽으면서, 오경철 편집자에겐 그런 우쭈쭈의 능력(?)이 조금 부족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는 몇몇 작가들이 책에서 편집자에 대한 고마움을 표할 때, 그 이유를 궁금해하기도 한다. 이런 걸 보면서 오경철 편집자는 남의 글이 아니라 자신의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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