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데이비드 베컴 다큐멘타리가 올라왔길래 어제 좀 보다가 잤다.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는데...
살면서 얼굴이랑 목소리가 제일 매치 안 되는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데이비드 베컴이다... 신이 있다면 베컴에게는 외모와 스타일과 축구실력에 몰빵 하고서는 목소리를 앗아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제도 다큐 보면서 오랜만에 베컴 목소리 듣는데... 역시나 얼굴이랑 너무 매치가 안되고... 근데 그런 베컴의 목소리라고 해도 한 시간 넘게 듣고 있으니 어쩐지 적응이 되는 거 같기도 했다.
스파이스 걸스 빅토리아와의 연애 이야기도 나왔는데, 베컴의 빅토리아 사랑이 정말 대단했다. 맨체스터에서 런던까지 몇 시간을 운전하고서 한 7분 정도 보고 오기도 했다고...
베컴이 TV에서 스파이스 걸스를 보면서 동료들에게 "나 저 사람이랑 결혼할 거야" 얘기했다는데 그걸 현실로 이룬 것도 좀 비현실적이었고.
젊은 날 베컴의 씀씀이도 대단했다. 주급을 받으면 바로 다 써버리고, 다음 주급을 기다리는 삶을 살았단다. 아디다스와 모델 계약을 하며 받은 5만 파운드로 바로 m3 자동차를 샀다고...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동료들이 저축을 하고 연금을 부으면 그걸 이해하지 못했단다.
다큐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베컴이 보낸 외로웠던 시간들에 대한 조명이었다. 데이비드 베컴은 잉글랜드 대표님의 일원으로 뛰는 것이 가장 큰 꿈이었는데,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을 통해 그 꿈을 이루었던 것. 당시 잉글랜드의 감독은 '글렌 호들'로 베컴의 어린 시절 우상이었단다.
그런데 글렌 호들은 베컴이 빅토리아와의 연애 때문에 대표님이 집중하지 못한다며, 베컴을 저격하고, 심지어 선발에서 제외를 시켰다. 가장 큰 문제는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 경기. 베컴은 불필요한 반칙으로 시합에서 퇴장을 당했고, 결국 잉글랜드는 승부차기 끝에 아르헨티나에게 패배했다.
선수를 지켜줬어야 할 대표님 감독 글렌 호들은 인터뷰에서 팀의 패배를 베컴의 탓으로 돌렸다. 자신의 우상에게 디스를 당하는 상황... 그 후 베컴은 몇 개월동안이나 영국인들의 야유를 받아야만 했다. 한 카페에서는 베컴의 인형에 목을 매달아 두기도 했다. 누군가는 우편을 통해 '총알'을 보내기도 했다고.
한편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와의 시합 전날 빅토리아는 베컴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임신 소식을 알렸다. 숙적 아르헨티나와의 시합에서 패배, 여자친구의 임신, 이후 목숨의 위협을 받을 정도의 치욕스러운 수모와 야유. 당시 겨우 스물세 살이었던 베컴에게는 너무나 혼란스러운 시간이 아니었을까. 베컴 앞에서 침을 뱉고 욕을 하는 상대에게 베컴은 단 한 번도 반응하지 않았단다.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불가불가... 글 쓰다가 누구 하나가 조금만 트집을 잡아도 뒷목이 뻣뻣해지는 나는 전 국민이 나에게 욕을 하고 침을 뱉는 상황이 온다면 단 하루도 살아낼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때 베컴을 지켜준 건 맨체스터 구단의 동료들과 친구, 가족들이었다.
다큐를 보면서 데이비드 베컴은 내가 생각해 왔던 것보다 훨씬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전히 그 목소리는 덜 멋있지만... 암튼 다큐 4부까지였나 있던데, 1편 반 정도 봤다능. 오늘 나머지 봐야징... 베컴찡... 이따 저녁에 만나요... 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