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서 성공이란?

by 이경



*책을 출판했다고 해서 성공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윌리엄 슬론-



책을 내는 일은 어렵다. 특히나 무명의 작가 지망생이라면 더욱더. 이미 책을 여럿 낸 기성작가들조차 출간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주변의 축하를 받을 정도니까. 하지만 작가가 책을 냈다고 해서 그게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작가 각자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은 다들 다르겠지만, 출간은 오히려 성공보다는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훨씬 크기도 하다.


글쓰기에서 성공이란 무엇일까. 아니, 성공이란 게 있긴 한 걸까.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를 꼽으라면 끝없이 욕심을 내게 된다는 점이다.


내가 처음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에는 그저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완성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원고가 만들어지고 투고를 하면서는, 출판사의 회신을 기다렸다. 긍정의 피드백이라면 좋겠지만, 메일을 열어 원고를 읽어주기만 해도 좋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졌다. 몇 통의 출판사 답장을 받고서는 어쩌면 책을 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슬슬 차오르기 시작했다. 첫 원고를 투고하고서 나는 세 번 정도 출간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계약은 엎어졌다. 출판의 신이란 게 있다면, 멀치감치 어디에선가 자꾸만 나를 시험하려 드는 것 같았다. 내가 좌절하고 그만두려 할 때마다 출판의 신은 새로운 기회를 던져주며 희망고문 하였고 어떻게 해서든 희망회로를 돌리게끔 만들었다.


그때는 내 글을 이해해 줄 단 한 사람의 편집자, 단 하나의 출간 계약서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소원은 이루어졌고, 첫 책이 세상에 나왔다. 그렇게 만족을 하였느냐고? 설마. 단 한 사람의 편집자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나는 새로운 욕심이 생겨 다수의 독자가 내 책을 읽어주길 기대했다. 판권 페이지에 적힌 1쇄의 숫자를 올리고 싶어졌다. 책이 서가로 가지 않고, 베스트셀러 매대든 스테디셀러 매대든, 그것도 아니라면 신간 매대에서 오랫동안 살아남길 소망했다.


첫 번째 책을 출간한 이후로는 두 번째 책도, 세 번째 책도, 네 번째 책도 계속하여 반복했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이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욕심이 생긴다는 것이다. 글쓰기에서 '이 정도면 성공'이란 것은 없는 듯하다. 출간을 하고, 강연을 하고, 방송에 나가고, 열혈 지지자인 독자가 생기고, 국가기관에 선정되어 나랏돈을 받는다고 하여도 그게 성공인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대부분의 책은 이런 기회들조차 얻지 못하고 사라진다.


세상의 모든 실망은 기대로부터 시작한다는 말을 믿는다. 글을 쓰는 것은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더라도 은연중에 기대를 품게 되는 일이다. 이 기대감을 억누르는 일이 글 쓰는 삶의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다. 이런 기대는 대개 실망으로 이어지고, 기대가 충족되었다고 하더라도 곧장 새로운 기대감이 생겨나므로.


이걸 다른 말로 하면, '지금까지 썼던 것보다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 하는 작가의 열망으로 받아들여도 좋다.




글쓰기11.jpg

출처 -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다른출판사 / 엮은이 존 위너커, 옮긴이 한유주

이전 10화( )을 위한 글은 쓰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