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행위

by 이경


릭 루빈 <창조적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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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적으로 거의 매일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체로 '영감'이라는 단어에 의지하지 않는 것 같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루하루 꾸역꾸역 써나갈 뿐.


반면 마감이 없는 글쓰기를 주로 하는 나는, 쓰고 싶을 때만 쓰다 보니까 영감이라는 단어를 어느 정도 믿고 의지하는 편이다. 무엇인가 접하고서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생긴다면 그 모든 게 나에게는 영감이 되는 건데 보통은 음악이나 책에서 나오곤 한다. 또 뭐 가끔은 영화나 여행에서 나오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생기는, 영감이 번뜩이는 책을 좋아하는데, 릭 루빈의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고는 요즘 사서 읽고 있다. 음악 좋아하는 사람, 특히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릭 루빈은 프로듀서로서 그야말로 대단한 사람인데 이런 사람이 '내 안의 예술가를 깨우는 법' 같은 문구를 띠지에 두르고 나왔으니 읽어보지 않을 수가 있나.


그렇다고 책을 쭉쭉 읽어나가는 건 아니고 하루에 몇 페이지씩 아주 조금씩 읽고 있다. 예술서이면서도 자기계발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책에서 음악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즐겁게 읽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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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때로는 개입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개입이다.' 하는 문장에서 한참을 머물고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책이든 어떤 문장이든 독자는 자신의 입장과 처지를 대입하여 읽을 수밖에 없는데 나는 이 짧은 문장에서 글쟁이와 편집자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편집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쓸 때는 편집자의 개입이 최소가 될 것을 목표로 삼아 글을 쓴다. 물론 이 목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어그러지거나 본격적인 편집 과정에 들어가는 pc교에서는 편집자의 엄청난 개입을 받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편집자의 말을 듣기도 하고, 때로는 반대 의견을 피력하기도 한다. 편집자의 개입으로 달라진 결과를 보았을 때 내가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내가 쓴 글 같은가.'이다.


요즘 시대의 편집자라고 하면 보통 교정교열 업무만의 편집자가 아니라, 기획자로서의 편집자를 칭하는 일이 많으니까, 만약 정말 개입이 거의 불필요한 작가를 만나는 편집자라면 조금은 심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나는 앞으로도 책을 목표로 하는 글을 쓸 때는 편집자의 개입이 최소가 될 것을 목표로 해서 글을 쓰게 되지 않을까.


릭 루빈의 말처럼, 내가 정말 건드릴 게 없는 좋은 글을 써낸다면 그때는 정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개입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그게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작가의 모습이니까.


음악 좋아하는 사람, 창의력을 불태우고 싶은 사람, 영감이 필요한 사람에겐 릭 루빈의 책이 도움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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