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야마 시치리의 <카인의 오만>을 읽었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은 편차가 좀 있는 듯하다. 가령 <작가 형사 부스지마> 같은 소설은 너무 재밌었는데 또 어떤 소설은 너무 지루하고.
<카인의 오만>은 재밌었다. 페이지 터너. 이게 형사 이누카이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라는데, 이누카이 시리즈는 처음이지만 책을 읽는 데에는 별 문제없다.
어느 해 12월, 한 달 여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들이다. 복부가 어설프게 봉합된 채 간 일부가 적출된 십 대 소년들의 시신이 발견되고 형사 이누카이가 범인을 쫒는 내용.
주인공 이누카이에겐 신부전을 앓는 딸이 있다. 장기매매 사건을 접하면서 형사 이누카이와 아버지 이누카이의 고뇌가 그러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내 주변에도 신부전에 시달리며 투석을 받는 분도 계시고, 신장 이식을 기다리는 분도 있다. <카인의 오만>은 장기 공여자는 적지만 대기자(예비 수혜자)는 많은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혹은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들을 그려낸다.
일본과 중국에서의 장기 이식 상황, 국가별 범죄에 따른 처벌의 강도, 부유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사람과 가난하기에 장기라도 팔아야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무엇이 옳고 그른가,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는 작품.
책을 읽으면서 신경이 쓰이는 게 하나 있는데, '~으리라' 하는 어미의 문장이 지나치게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일본어 문맹인 나는 원문을 알 수 없으니, 작가가 실제로 이런 추측성 문장을 여러 차례 쓴 것인지, 아니면 역자의 번역 스타일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으리라' 하는 문장이 지나치게 많아서, 책을 읽으면서, 또 나오네... 또또 나오네... 하면서 보았다는 것.
책에서 재미난 표현이 하나 나온다. 이누카이의 동료가 중국으로 넘어가 허름한 집들을 접하는 장면에서, '마치 진도 2 정도 지진이라도 난 집 같았다.' 하는 문장이 나오는 것. 일본에서 지진이 얼마나 잦은지 알 수 있는 문장. 진도 2 정도 난 집 같다니, 대체 어느 정도야 싶었던 문장이랄까. 국가별로만 이해할 수 있는 비유가 있는 거겠지. 예를 들면 한국에서 쓰는 '묵은지 같은 사람'도 그럴 테고.
중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무국적이 되어버린 이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등장하는 박쥐 이야기도 좋았다. '엄니가 있으니 짐승이라며 새들이 무서워하고, 날개가 있으니 새라며 짐승들에게 배척당하는 존재.'
그러고 보면 계륵도 박쥐도 모두 너무 서글픈 존재들 아닌가.
형사와 용의자 사이의 박력넘치는 대사가 등장하여, 아 이거 영화로 만들어지면 재밌겠다 싶기도 했다. 그 대사는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