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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시 - <Color Of Rothy)

by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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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살림에 로시의 앨범을 샀습니다.

(다섯 곡이 담겼지만, 요즘에는 이런 걸 두고 스스로들 미니 앨범이라고 부르니 앨범으로 칩시다. ㅇㅇ 나는 관대하다.)


로시의 앨범을 사니 아주 오래전 지금의 아내와 한 레코드샵에서 아이유의 앨범을 사던 날이 떠오르는군요. 그때 저는 조금 떨리면서도 부끄러웠습니다. 지금은 아저씨지만 그때는 총각이었죠. 그럼에도 나 같은 사람이 이런 소녀의 앨범을 사도 되는 걸까 싶었죠.

(괜찮아. 괜찮아. 듣고 싶으면 사~, 라며 응원해주던 지금의 아내에게 땡큐)


물론 집에는 태티서라던지, 원더걸스의 음반이 있지만 이런 나이 어린 아이돌 타입의 솔로 여성 음반은 아이유 이후 실로 오랜만이군요.


혹자는 로시의 외모를 보고 앨범을 산 게 아니냐 말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어떤 뮤지션이든 외모를 보고 좋아하진 않습니다.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지요.


서른 살까지 저의 올타임 넘버원 보컬은 제니스 조플린이었죠. 아시다시피 제니스 조플린이 미인은 아니죠. 제니스는 대학 때 가장 못생긴 남학생에도 선정되었으니까요. 물론 제니스는 여성입니다.


로시의 앨범을 사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앨범의 타이틀곡 <Bee>를 듣고 나서였죠. 이 정도 곡이면 보컬 없이 인스트루멘탈만 들어도 즐겁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앨범에는 <Bee>의 인스트루멘탈이 수록됐는데 실로 아주 좋습니다. 단순하면서도 쿨한 곡이죠. 아주 힙합 트랙입니다.


앨범은 보다시피 쥬얼 케이스가 아니군요. 보통의 쥬얼이 아닌, 그러니까 디지팩이라던가 보통의 크기보다 큰 사이즈의 음반은 혐오하지만, 용서합시다. 뭐 가끔은 이런 사이즈의 음반도 괜찮죠.


앨범 속지 사이에는 사진 속 카드 같은 게 들어 있더군요. 이런 건 모두 쓸모가 없죠. 번거롭습니다. 속지에는 사진도 많이 필요 없죠. 그저 가사만 있어도 좋습니다. 하지만, 뭐 카드를 두 장이나 넣어주니 감사하군요. 요즘 십 대 학생들은 이런 카드를 모으기 위해 같은 앨범을 여러 장 산다고 하던데, 잠시 십 대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로시는 신승훈이 발굴한 뮤지션으로 알려졌죠. <Bee>는 음악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도 아주 좋더군요. 공개 나흘 만에 유튜브 조회수가 48만입니다. 4800만이 아닌 것이 의아하긴 하군요.


뭐, 로시는 요즘 말로 곧 떡상할 것 같습니다. 음색도 좋고, 노래도 잘하니 지금보단 분명 인기가 많아지겠지요. 암튼 <Bee>는 5월에 나온 곡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Bee>라는 제목은 아이유의 <Boo>를 연상케 하는군요. 제가 처음으로 산 아이유의 앨범은 <Boo>가 담긴 정규 1집이었습니다. 그때가 2009년이니, 십 년 만이군요. 아이유 이후, 떨리면서 부끄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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