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여덟, 아직도 삶을 익히는 중입니다
나이 오십여덟.
글도 서툴고, 눈도 침침하고, 마음도 예전 같지 않지만
그래도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살아온 날들을 한 줄씩 꺼내어,
이야기라는 그릇에 조심스레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으면 어깨가 뻐근하고,
글이 안 풀릴 땐 한숨부터 먼저 나오지만
그보다 더 깊은 고통의 시간을 지나왔기에,
지금 이 작은 기록들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1년 남았다고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너무 드라마 같아서, 너무 현실 같지 않아서,
'설마, 나한테 이런 일이?' 했던 그 순간.
그저 가볍게 받으려던 건강검진이었습니다.
진료실에서 무심히 들은 "정밀검사 해보자"는 말.
그리고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금액,
84,000원이 찍힌 진료비 고지서.
그 숫자는 아직도 제게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다행히 '아직 희망이 있다'는 말이 들려왔고,
10시간이 넘는 수술과 9개월에 걸친 회복의 시간을 버텨냈습니다.
몸무게는 70kg에서 50kg로 빠졌고,
'내가 이런 모습이었나' 싶을 만큼
한없이 작고 초라한 몸과 마음으로
침대에 누워 다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하지만… 살아냈습니다.
그 '1년'은 어느덧 10년이 훌쩍 지났고,
저는 그 덤 같은 시간 속에서
음식에 기대어 살아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한 끼 밥이 너무 고마웠고,
햇살 한 줄기에 가슴이 찡했고,
친구와 지인의 사소한 고민에도 깊이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음식을 통해, 기억을 통해,
살아남은 이야기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맛집을 다닌 건 그저 미식가의 취미가 아니라
살아 있다는 걸 확인받고 싶어서였습니다.
매일 같이 누군가의 밥상을 들여다보며
'이렇게도 사는구나' 하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까칠한 한량의 300가지 인생의 맛』이란 책도 썼습니다.
1권 『골목 끝에서 만난 한 그릇의 위로』는
전국 곳곳, 삶의 골목에서 만난 따뜻한 밥상을 따라가며
한 끼에 담긴 사람의 온기와 사연을 담고 싶었습니다.
이제 이곳에서는 사람의 온기와
골목에서 만난 따뜻한 밥 한 그릇이 주는 훈훈함,
그리고 점점 늙어가는 내 추레함을
가감 없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덤으로 얻은 삶의 경험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책도 몇 권 더 준비 중입니다…
아마도,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 겁니다.
바쁘게 뛰어다니며 무언가를 증명하려 애쓰기보다는,
하루하루를 천천히 음미하며
소소한 일상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어졌습니다.
한량으로 잘 살아보려 합니다.
그것이 덤으로 얻은 이 삶을 가장 잘 사는 방법이라고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