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산하
여름 한가운데, 숨이 턱 막히는 뜨거운 날.
에어컨을 끄고, 미완성 원고를 내려놓았습니다.
송추를 지나 장흥으로, 목적 없는 드라이브.
차 안에는 90년대 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푸른 산과 저수지가 창밖으로 스쳐갑니다.
기산저수지 초입.
그곳에, 늘 떠오르는 작은 식당이 있습니다.
반찬이 주인공인 집
이 집의 대표 메뉴는 한우 버섯불고기.
하지만 진짜 매력은 반찬입니다.
열 가지가 넘는, 사장님 손길이 닿은 반찬들.
재료는 모두 근처 밭에서 난 것들이라
양주의 향과 색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오늘의 주인공은 호박잎 무침.
된장과 고추를 곁들여 한 숟가락 뜨니,
잊고 있던 옛날 밥상 기억이 피어납니다.
아삭한 노각무 무침,
짭조름한 오이지, 늘 맛있는 깻잎무침
알싸한 마늘 장아찌,
깊은 맛의 가지 무침까지.
이 반찬들만으로 밥 한 공기는 금세 사라집니다.
지글지글, 한우 버섯불고기
이 집 불고기가 특별한 이유는
미리 양념해 두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빛깔 좋은 한우에
양념을 바르고, 버섯을 아낌없이 올려 준비합니다.
그래서 고기의 선홍빛은 그대로 살아 있고,
버섯 향과 고기 육즙이 지글거리는 순간부터
식욕을 한껏 자극합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촉촉하게 밴 양념과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면
밥 한 공기, 아니 두 공기도 모자랍니다.
천 원짜리 된장찌개의 위로
이 집의 마지막 매력.
단돈 천 원의 우거지 된장찌개.
뚝배기 속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구수한 향,
부드럽게 익은 우거지의 쫄깃함.
속이 확 풀리는 시원한 맛입니다.
혼자만 알기 아까운 집
오늘 먹은 것 —
한우 버섯불고기 2인분,
우거지 된장찌개,
밥 4공기, 그리고 열 가지 반찬.
총 41,000원.
서울·경기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가격과 맛입니다.
양주 ‘산하’
언제 가도, 누구와 가도
만족할 수 있는 제 마음속 ‘언제든 가고 싶은 집’.
근처 시원한 물가에서 발 담그는 여유는 덤입니다.
경기 양주시 백석읍 기산로 410 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