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버섯 불고기의 끝판 왕 양주 산하
무더운 여름날, 에어컨을 끄고 글도 내팽개친 채 문득 떠난 드라이브였습니다. 송추를 거쳐 장흥까지, 1990년대 음악과 함께한 생각 없는 드라이브였어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은 몸으로, 창밖 푸른 산과 저수지는 눈으로 담으며 기산저수지 쪽으로 차를 돌렸습니다.
기산저수지 초입에 자리한 한 한우집이 있습니다. 메뉴는 여러 가지지만 늘 주문하는 건 한우 버섯 불고기예요. 한우 버섯 불고기 굳이 거기까지? 메인도 최고지만 함께 나오는 10여 가지 밑반찬들 때문입니다. 전국을 몇 바퀴 돌며 먹어본 경험으로도 손가락 안에 꼽히는 반찬 맛집이에요.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에는 늘 궁금합니다. 오늘은 어떤 반찬이 나올까? 그 설렘이 좋아요.
잠시 후 상차림이 완성되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적어도 10년은 먹어본 적 없는 호박잎 쌈과 무침이 있었어요. 다른 반찬은 볼 새도 없이 직접 만드신 된장에 고추 넣어 한 입 뜨니, 보드랍고 호박잎 특유의 맛이 입안을 감싸며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렸습니다.
노각 무 무침, 오이지 무침, 마늘 장아치, 시원하게 잘 익은 김치, 고소하고 쌉쌀한 나물과 고추 장아치, 깻잎 ,가지 무침까지. 반찬만으로도 밥 한 공기는 순식간에 사라졌어요.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들이 하나씩 기억 속에서 되살아났습니다. 다 직접 만드시고 재배도 하시는 찬이라 더 맛과 향도 깊고, 일단 입에 쩍쩍 붙습니다.
밥 한 공기를 다 비우고서야 등장한 메인 메뉴, 한우 버섯 불고기입니다. 이 집만의 특별함은 미리 양념해 두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주문받는 즉시 빛깔 좋은 한우에 양념하고 버섯을 올려 조리해주십니다. 야들야들 부드러운 쇠고기와 버섯 향 가득한 국물이 만나면, 또 한 공기는 어느새 바닥이 보여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단돈 천 원짜리 우거지 된장찌개까지 있어요. 된장과 우거지만으로 만든 진짜 토속의 맛입니다. 요란하지 않은 소박함이 오히려 깊은 맛을 만들어냅니다.
이 집을 자주 못 가는 이유가 있어요. 무조건 밥 두 공기 이상은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머리박고 세 공기를 뚝딱 해치웠어요. 한우 버섯 소불고기 2 인분과 우거지 된장찌개,
그리고 기가 막힌 밑반찬들까지 모두 합쳐 4만 1천 원이었습니다.
서울이나 경기에서는 이 가격에 이 맛, 이 경험을 할 수 없어요. 정말 유일무이한 곳입니다.
사장님과 나이 지긋하신 직원분 두 분이 언제나 한결같이 반겨주시는 따뜻함은 덤이에요.
혼자 먹기엔 너무 아까운 맛이어서 이렇게 글로나마 나누고 싶었습니다.
가끔은 이런 소박한 행복이 더 큰 만족을 주는 것 같아요. 근처 개울가에서 발을 담그며 쉴 수 있는 여유까지, 정말 완벽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