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 하루 20그릇만 파는 곰탕집

예약하고 2시간을 달려서라도 다시 가고 싶은 곳, 공주 귀연당

by 까칠한 한량

지난 봄, 공주로 향하는 길은 설렘으로 가득했습니다. 2시간의 드라이브 끝에서 만날 특별한 곰탕집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하루 20그릇만 만든다는, 예약 없이는 절대 맛볼 수 없다는 그곳 말입니다.

예약을 하고는....


산자락에 숨은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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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시내를 벗어나 한적한 산어귀로 향했습니다. 귀연당이라는 이름의 작은 식당이 나타났을 때, 첫인상은 '소담스럽다'는 것이었어요. 정원 곳곳에 정성스럽게 가꿔진 꽃들과 나무들이 마음을 먼저 사로잡았습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식사 후 산책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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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한쪽에 자리한 아궁이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세 군데의 솥에서 각각 7시간씩 끓인 국물을 합쳐 곰탕을 만든다고 하셨어요. 그 정성과 시간이 만들어낸다는 맛이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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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한 기다림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지만 마지막 주문은 12시 30분입니다. 메뉴는 단순했어요. 곰탕과 수육, 딱 두 가지. 모든 재료는 국산이고, 고기는 한우를 사용한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고집이 있기에 하루 20그릇이라는 한정 판매가 가능한 거겠죠.


식당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니 온통 꽃과 산이었습니다. 봄날의 연둣빛 새잎들이 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절로 평온해졌어요. 이런 풍경 속에서 먹는 음식이면 그 자체로도 힐링이 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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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이 만든 깊은 맛


드디어 나온 곰탕을 보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뽀얀 국물 속에 양지고기가 가득 담겨 있고, 인삼과 대추가 은은하게 보였어요. 한 숟갈 떠서 맛보니 잡내 하나 없이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을 감쌌습니다. 고기는 젓가락으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부드럽게 풀어져 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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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온 김치, 깍두기, 오징어젓도 하나같이 정갈했습니다. 김치를 올려서 한 입, 고기와 인삼으로 한 입, 파와 고기만으로 한 입. 어떻게 먹어도 완벽한 조화였어요. 국물 한 방울까지 남길 수 없는 그런 맛이었습니다.

수육 또한 놀라웠습니다. 가운데 자리한 도가니는 꼬득꼬득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었고, 고기는 입안에서 살살 녹아내렸어요. 역시나 잡내 하나 없는 깔끔한 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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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완벽한 마무리


국물까지 다 비우고 나니 몸 전체가 한층 건강해진 기분이었습니다. 식당 주변을 천천히 산책했어요. 정원 곳곳에 만발한 꽃들이 봄의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여기도, 저기도, 또 저기도 꽃천지였어요.


2시간을 달려와서 입과 눈이 모두 힐링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런 곳이 있다는 게 감사했어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마음까지 풍요로워지는 식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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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엔 커피를 마시러 계룡산 쪽으로 향했습니다. 저녁 메뉴는 두 곳 중 하나를 고민 중이었어요. 한 곳은 현직 심마니가 끓여주는 백숙집, 또 한 곳은 35년 전통의 우렁된장찌개집이었거든요. 계룡산을 드라이브하며 천천히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고민조차 행복한 봄날의 여행이었어요.


가끔은 시간을 들여 멀리 가서 먹는 한 끼가 일상에 특별한 의미를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귀연당에서의 그 따뜻한 봄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귀연당 충남 공주시 의당면 의당로 981 월곡리 289-1 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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