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방문에서야 만난 진짜 맛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는 집, 밀양손칼국수집

by 까칠한 한량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후문 쪽, 나뭇잎에 가려진 간판 뒤로 숨어있는 밀양손칼국수. 이곳은 특별한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세 번째 가서야 비로소 맛볼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이미 문이 닫혀 있었죠.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며 '과연 그만한 맛일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 번째 방문에서 그 답을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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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들만 아는 그 맛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가득 찬 테이블이 거의 다 단골 손님들이었습니다. 이런 풍경이야말로 진짜 맛집의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SNS 마케팅이 아닌, 오직 맛 하나로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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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이 자리를 지켜온 가게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단골들의 익숙한 주문 소리, 사장님과 나누는 안부 인사,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들려오는 칼국수 끓는 소리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잡내 없이 깔끔한 육수의 감동

드디어 나온 칼국수를 한 숟가락 떠먹는 순간, 왜 이곳을 찾기 위해 세 번이나 와야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칼국수 국물은 잡내 없이 정말 깔끔했습니다. 지금까지 먹어본 고기 육수 칼국수 육수 중에는 최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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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칼국수집들이 진한 맛을 내기 위해 자칫 잡내가 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곳의 육수는 달랐습니다. 깊고 진한 맛이 있으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깔끔했습니다. 이런 육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정성과 시간이 필요할까요?

손칼국수 면발의 예술

손칼국수 면도 정말 좋았습니다. 기계로 뽑은 면과는 확연히 다른, 손으로 직접 뽑은 면의 특유한 식감이 있었습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그 절묘한 균형이 입 안에서 춤을 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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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하나하나의 두께가 미묘하게 달라서 씹는 재미가 있었고, 육수와의 조화도 완벽했습니다. 역시 '손'이라는 이름이 붙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시원하게 잘 익은 김치의 마법

특히 고기 육수와 면에 시원하게 잘 익은 김치의 조합이 정말 좋았습니다. 김치의 시원한 맛이 진한 육수와 만나니 전혀 새로운 맛의 차원이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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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하나만 봐도 이 집의 철학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적당히 익어서 시원함과 아삭함이 공존하는 그 김치는 분명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습니다.


아쉬움 하나, 반반 메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반반 메뉴를 시키지 못한 것입니다. 수육과 생선전 반반씩, 다음번에 가면 꼭 시켜먹어봐야겠습니다. 이미 완벽한 맛을 본 상황에서, 다른 메뉴는 과연 어떤 맛일지 궁금해집니다.

반반 메뉴라는 것 자체가 이 집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메뉴로도 충분히 승부할 수 있지만, 손님들에게 더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주려는 배려 말입니다.


고기 육수 칼국수 중 최고의 집

고기 육수 칼국수 중에서는 정말 최고였던 집입니다. 이런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맛집이 얼마나 될까요? 수많은 고기 육수 베이스의 칼국수집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완벽한 조화를 이룬 곳은 흔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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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의 깔끔함, 면발의 쫄깃함, 김치의 시원함. 이 세 가지가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왜 단골들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진짜 맛집이란 이런 것

화려한 간판도, 인스타그램용 플레이팅도, 요란한 마케팅도 없습니다. 오직 맛 하나로만 승부하는 곳. 재료가 떨어지면 과감히 문을 닫을 수 있는 용기가 있는 곳. 단골들이 가득 차도 변함없이 정성을 다하는 곳.

밀양손칼국수는 그런 의미에서 진짜 맛집이었습니다.


세 번째 방문에서야 만날 수 있었던 그 맛은, 기다림의 가치를 충분히 증명해 주었습니다.

다음번에는 꼭 반반 메뉴를 시켜서, 이 집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그 깔끔하고 진한 육수의 감동을 느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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