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30분의 설렘에서 밤 11시 40분의 안도까지
아침 7시 30분. 그녀의 집 앞에 차를 세웠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이른 아침부터 친구이지만 뭔지모르게 그녀와 하루를 함께 보낸다는 것만으로도
심장 박동수가 살짝 오버워킹 모드였다.
국도를 타고 서천으로 향하며
라디오, 바람, 그녀의 옆모습이 삼합처럼 찰떡궁합으로 어울렸다.
그날만큼은 국도 1차선조차 로맨스 영화 분위기가 났다.
점심은 대천 해수욕장의 개국지.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이었지만 첫 숟가락 먹자마자 둘 다 눈이 동그래졌다.
서천 도착 후 잠깐 볼일을 보고
정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묵언 수행도 아니고, 고백도 아니고, 그냥… 조용히 좋았다.
말 없이 좋은 사람과 있는 시간이 제일 무서운 거다.
그게 오래 남으니까.
저녁은 대하구이와 매운탕.
대하를 좋아한다고 해서 시켯더니 깔 줄을 모른단다.
속으로
"까고있네" 하며 열심히 까주고 난 매운탕으로 허기를 달랬다.
바닷가를 거닐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서울로 되돌아오는 차 안,
밤은 깊어갔고 대하 냄새는 은은하게 남아 있었고
내 마음은 아주 제대로 익어 있었다.
집 앞 도착 시간은 밤 11시 40분.
괜히 혼자만의 미션 수행처럼
“좋아… 12시 전에 들여보냈다…”
하고 작은 승리를 맛본것처럼 생각했지만 아쉬웠다..
왠지...
시간이 흘러 그녀는 자연스럽게 투덜여사가 되었다.
몇년 후 다시 대천을 방문한 그녀는 말을 꺼냈다.
"그때 처음 서천 간 날,
아침 7시 30분 약속이면 여자가 몇 시에 일어나 준비해야 하는지 알어?”
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
“…7시?”
그 순간, 가볍게 인생의 쓴맛을 보았다.
그리고 이어진 핵심 일침.
“그리고 누가 서천을 당일치기로 다녀와?
그날 당신 진짜… 나이를 헛먹었구나 싶더라.”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서울—대천—서천—다시 역으로—서울.
이건 여행이 아니라 거의 군대 시절 행군 정도.
기본 피로도 80%, 로맨스 130%, 체력 TBD.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무모한 일정이 지금까지도 제일 또렷하게 남아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여행 코스가 좋아서가 아니라
조수석에서 웃던 그녀라는 코스가 최종 보스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투덜여사는 가끔 말한다.
“그날은 참 어이 없었지만… 그래도 좋았어.”
그럴 때 나는 속으로 대답한다.
서천 당일치기는 미친 일정이었지만,
그날 너랑 있었던 나는… 그날부터 다른 생각을 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