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끝,
어느 커피 연금술사의 작은 연구실

삼청동을 뒤로하고 대학로 뒷골목에 둥지를 튼 리스트레토 2010

by 까칠한 한량

삼청동의 번듯한 길목을 뒤로하고, 이제는 대학로 뒷길 인적 드문 후미진 골목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찾는 이가 적어질 법도 한 이 외딴곳으로 자리를 옮겼음에도, 사장님의 독특한 운영 방식과 고집은 여전하다.


크지 않은 공간에서 연구실의 실험가처럼 묵묵히 커피를 내리는 모습은 장소의 화려함보다 본질에 집중하는 이의 단단한 자부심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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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로스팅 잘한다는 고수는 많으나, 블렌딩의 정수를 보여주는 이는 드물다."


사실 값비싼 생두를 구해 정교하게 볶아내는 일은 기술의 영역이다.

그러나 블렌딩은 예술이자 철학의 영역이다.


서로 다른 산지의 원두가 가진 장점은 살리되, 그 이면에 숨은 부족한 조각을 찾아내어

다른 원두로 채워 넣는 일.


그렇게 해서 오직 한 잔의 완벽한 풍미를 완성하는 것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정성과 내공이 필요하다.


저렴한 원두의 맛을 덮는 것도 아닌 스폐샬티 원두만을 상요해 풍성하게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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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시그니처인 '트로피컬 버블껌' 블렌드는 그 정점이다.


게이샤를 비롯해 8가지 원두가 빚어낸 이 마법 같은 액체는 잔을 얼굴로 가져가는 순간,

게이샤 특유의 화사한 향기로 공간의 적막을 깨운다.


입안에 머금었을 때 느껴지는 화사한 꽃향기와 과일의 산미,

그리고 목을 타고 넘어가는 상큼한 여운은 마치 잘 짜인 교향곡을 감상하는 듯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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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럼통에서 1년이라는 긴 시간을 견뎌낸 '럼블벅'은 묵직한 겨울의 정취를 닮았다.

첫 향에 훅 끼어드는 진한 럼주의 풍미는 이곳이 단순한 카페가 아닌,

맛의 연금술이 일어나는 연구소임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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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안에 무심하게 흩어져 있는 수많은 상패는 사장님이 걸어온 그 집요한 탐구의 시간을 증명할 뿐이다.


이곳을 나설 때면 늘 입안 가득 잔향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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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단순히 커피를 마신 것이 아니라,

어느 훌륭한 요리사의 파인다이닝 정찬을 즐기고 난 뒤의 포만감과 닮아 있다.


골목 끝에 숨어있어도 기어이 찾아가 그 가치를 치를 만한, 작지만 거대한 블렌딩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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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레토2010 서울 종로구 대학로5길 11-1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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