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고등어' 고등어 한 토막, 그 속에 담긴 철학과 그리움
내 58년 인생에서 가장 아끼는 맛집 다섯 군데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이곳을 리스트에 올린다.
용인 고기리 언덕 너머, 이름조차 시적인 '산으로 간 고등어'다.
오후 4시 30분. 브레이크 타임이 채 끝나기도 전이지만 이미 내 앞에는 여덟 팀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5시 문이 열리는 순간, 공간은 이내 미식의 열기로 가득 찬다.
이곳을 떠올리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생전에 아버지를 모시고 왔을 때, 한 시간이나 이어지는 대기에
아버지는 "무슨 생선구이를 용인까지 와서 이리 기다려 먹느냐"며 버럭 화를 내셨다.
하지만 식사를 마치고 나오실 때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그 후 아버지는 나 없이도 친구분들과 이곳을 자주 찾으셨다.
화를 녹여 단골로 만드는 힘, 그것이 이 집의 진정한 내공이다.
내가 다닌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곳의 된장국과 총각김치 맛은 한결같다.
잡채만을 전담해서 만드는 조리사, 밥만 하시는 찬모님, 생선만 구우시는 조리사님이 따로 있어, 늘 최고의 찬과 밥과 생선을 맛 볼 수 있는 곳.
갓 볶아낸 따뜻한 잡채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도 이곳만의 배려다.
고등어의 품질을 위해 직접 노르웨이로 건너가 수입을 결정하고,
맛의 변질을 막기 위해 체인점을 내지 않는다는 주인의 철학.
그 고집스러운 깊이가 생선 한 토막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누구에게 추천해도 결코 욕먹지 않을 진짜 맛집이다.
산으로 간 고등어 경기 용인시 수지구 고기로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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