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끝의 자유를 찾아 떠나는 진짜 맛 순례기
서울 은평구 불광로18길 13-1
20, 30대 때는 완전한 조미료 중독자였습니다.
자극적이고 강한 맛일수록 좋았고, MSG가 듬뿍 들어간 음식에 길들여져 있었죠. 하지만 한 번 아프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하루 종일 물이 땡기고, 입안이 텁텁해지면서 몸이 거부반응을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아는 특별한 닭요리 맛집들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조미료를 아예 안 넣을 수는 없겠지만, 그 맛이 전혀 티 나지 않고 오히려 먹고 나면 건강해지는 듯한 기분이 드는 곳들입니다.
쉬운 방법보다는 원칙과 전통에 충실한, 진짜 맛을 아는 숨은 보석 같은 집들을 찾아다니며 발견한 곳들이죠.
서대문 경찰청 뒤편에 자리한 평양옥은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남달랐습니다.
닭곰탕 한 그릇이 12,000원, 특은 17,000원으로 일반 닭곰탕집보다 비싼 편입니다.
하지만 첫 숟가락을 입에 가져가는 순간, 왜 이런 가격인지 바로 이해가 됩니다.
국물 색부터가 다릅니다.
일반적인 닭곰탕의 맑은 빛깔과는 달리 깊고 진한 색을 띠고 있습니다.
토종닭을 가마솥에서 약초와 함께 푹 끓여낸 국물은 한 모금만 마셔도 온몸에 기운이 도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뽀얀 국물에 들어가는 닭고기는 닭의 10가지의 부위를 골로루 찢어 넣어 식감과 맛을 완벽하게 완성해줍니다
감자전도 감자를 100% 채 썰어 바삭하게 부쳐주고, 김치와 깍두기도 이북식으로 담근 것이 정갈하면서도 깊은 맛을 냅니다.
국물이 너무 맛있어서 자꾸만 떠먹게 되는데, 살찔까 걱정이 될 정도로 남길 재간이 없습니다.
분당, 천호동, 강남 여러 닭곰탕집을 다녀봤지만, 여기는 특별하고 닭곰탕과 닭무침만큼은 여기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평양옥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31-11
성북동에서 시작해 현재는 은평구로 자리를 옮긴 성너머집은 총 5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합니다.
예전 성북동 꼭대기에 있을 때는 마치 유원지에서 먹는 듯한 정취가 있었습니다.
현재 낙산공원 위치에 있었지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첫 걸음을 하게 되엇고 20대 시절엔 친구들과 닭볶음탕 한 그릇에
소주 2병씩 비워내던 추억이 가득한 곳이기도 합니다.
현재도 여러 메뉴가 있지만 닭볶음탕, 삼계탕, 감자전이 이 집의 시그니처입니다. 무엇보다 지금도 그때 그대로의 맛과 느낌 그대로 끓여서 내어주는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집입니다.
반찬도 동네 정겨운 식당처럼 소소하지만 하나하나 정성스럽고 맛있어서 손이 이리저리 갑니다.
1인분도 주문 가능한 특이한 집이기도 합니다. 중닭을 사용해 장작불로 푹푹 끓인 닭볶음탕은 입에 댄 순간 뼈와 고기가 분리되는 신기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통감자는 오랜 시간 끓인 덕분에 양념이 잘 배어 있어 고소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합니다.
양념과 국물은 달지 않으면서도 진해서, 다 먹고 나서 밥을 말아 먹으면 멀리 은평구 산 아래까지 온 게 전혀 후회되지 않는 행복한 맛입니다.
성너머집 서울 은평구 불광로18길 13-1
양화대교를 지나 선유도역 쪽 골목에 자리한 누룽지 삼계탕집은 정말 숨은 맛집입니다.
노포의 느낌이 물씬 나는 내부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직접 누룽지탕을 끓여 내십니다.
미리 도착하기 30분전에 전화 드리고 가면
잘 익은 석박지와 김치, 시원한 오이고추를 먹으며 기다리면 백숙 느낌의 삼계탕이 나옵니다.
인삼, 마늘 등 몸에 좋은 재료들이 들어있지만, 무엇보다 닭이 너무 부드럽고 담백합니다.
한참 뜯어먹다 보면 누룽지 가득한 닭 육수가 나오는데, 퍽퍽한 살을 찢어서 누룽지탕 위에 올리고 잘 익은 김치와 함께 먹으면 정말 별미입니다.
마지막 국물까지 다 훑어 먹고
나면 맛있는 누룽지 삼계탕의 향과 맛이 입안에 머물면서 세상이 행복해집니다.
선유도 주룽지 삼계탕 서울 영등포구 선유로51길 8
추운 저녁 7시에 도착해 8시가 다 되어서야 입장할 수 있었지만, 그 기다림이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인원수만 물어보시고 바로 세팅해주십니다.
뽀얀 국물에 닭 한 마리가 들어있는 냄비를 들고 오셔서 바로 해체해주시는 모습부터가 인상적입니다.
반찬은 물김치 정도로 간소하지만, 소스에 찍어 먹는 닭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워서 정말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소스가 기가 막히고, 육수 국물도 부드러우면서 진합니다.
금세 동나는 닭 한 마리를 먹고 칼국수를 시켜 소스를 추가해 먹은 다음, 밥 한 공기까지 시켜 죽으로 마무리하고 나면 왜 이 추운 날 사람들이 줄 지어 서 있는지 알게 됩니다.
공릉동 닭 한 마리 본점 서울 노원구 동일로 1020
강원도 화천의 삼호가든은 깨죽 삼계탕으로 맛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곳입니다. 들깨 삼계탕이라고도 부르는 이 메뉴는 국물에서 들깨 향이 확확 풍겨 나오면서도 담백하고 고소합니다. 고기는 야들야들하고, 닭 안에 든 찹쌀죽까지 정말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이런 집들을 다니다 보면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에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맛은 절대 조미료로는 낼 수 없는 깊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빠르고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진 요즘, 이런 집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칙과 전통을 지키며 묵묵히 자신만의 맛을 만들어가는 이런 집들이 오래오래 남아있기를 바랍니다.
삼호가든 강원 화천군 사내면 문화마을1길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