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스로를 ‘까칠한 한량’이라 부른다.
누가 붙여준 이름이 아니라, 그냥 내가 선택한 이름이다.
21세기 한량은 술과 여색을 탐하고 일 안하는 그런 게으른 사람이 아니다.
불필요한 경쟁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일과 가치 있는 사람에게만
시간과 마음을 쓰는 사람이다.
한때 나는 앞만 보고 달렸다.
기업과 외국계 회사를 전전하며
성과와 책임이라는 굴레 속에서 하루하루를 소모했다.
그러다 40대 후반,
예고 없이 찾아온 병과 긴 투병 끝에 깨달았다.
내게 남은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면 영영 오지 않는다는 것.
그때부터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로 했다.
다만 ‘까칠하게’.
맛없는 밥은 먹지 않고,
마음 없는 관계는 이어가지 않으며,
하고 싶은 일은 미루지 않는다.
그 덕에 지금 나는
전국을 돌며 맛있는 한 끼를 찾아 걷고,
좋아하는 사람과만 술잔을 나누며,
마음이 동하는 곳이면 카메라를 든다.
까칠한 한량.
그것은 나의 성격이자,
남은 인생을 살아갈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