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한 그릇에 녹아내린 겨울밤

“국밥 한 그릇에 마음까지 채워지는 곳. 넷길네 콩나물국밥 ”

by 까칠한 한량


살을 에는 겨울밤이었습니다.
집 안에서 이불을 덮고 겨울잠을 자듯 지내고 싶은 날,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야, 술 한 잔 하자.”
알면서도 모른 척할 수 없는 부름이었죠.

찬 바람에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나간 자리.


참치회에 술이 두어 잔 돌자,
친구가 뜸을 들이며 꺼낸 말.

“나… 이혼하려고 해.”

순간, 말이 막혔습니다.
그 침묵 속에서 친구는 묻습니다.
“이혼해 본 선배로서, 어때?”

저는 최대한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솔직히, 지금보다 더 힘들 거야. 적어도 3년은.
그 다음엔 좀 편해질 거고… 아니,
그냥 몸과 마음이 그 상황에 적응하는 걸지도 몰라.”


말로 다 풀리지 않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우리가 향한 곳이 바로 대조동 넷길네 콩나물국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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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하고 맑은 국물이
전주 유명 국밥집과도 견줄 만큼 시원하고 깊습니다.
첫 숟갈을 떠 넣자,
찬바람에 얼었던 속이 금세 풀립니다.


콩나물 위에 수란을 얹고
국물을 조금 부어 김가루와 섞어 먹으면
감칠맛이 확 퍼집니다.
이쯤 되면 당연히 외쳐야죠.


“콩나물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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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둥 마는 둥 하던 친구는 말없이 웃었고,

저는 2,000원만 더 내면 나오는
들기름 두부까지 주문했습니다.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풍미가
국밥의 단짝처럼 딱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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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와 허기, 그리고 조금은 서먹해진 마음까지
한 번에 덮어주는 맛이었습니다.


가게를 나서며 나만 잘 먹은게 미안해서리 이쑤시개를 물고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힘들겠지만… 잘 될 거야.”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친구는 여전히 제수씨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마 그날, 이혼 얘기보다
술 마실 핑계가 필요했던 게 아닐까 싶네요.


그 겨울밤,
친구의 아픈 속과 나의 추위를 녹여준 한 그릇의 국밥.
우리 인생도 그렇게,
천천히 따뜻하게 녹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 서울 은평구 진흥로 139, 용진빌딩 넷길네 콩나물 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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