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입맛을 깨우는 시간

회복은 혀끝에서 시작된다

by 까칠한 한량

“입맛이 돌아온 날,
비로소 내 삶도 돌아왔다.”


환절기가 되니 요즘 따라 밥이 잘 안 넘어간다.

맛집 다니는것도 조금 시큰둥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예전엔 별일 아니라고 넘긴일을 크게 만들기도하고, 또 살다보니 별일이 하나쯤은 꼭 생긴다.


이렇게 기분에 따라 흔들리기도 하고, 몸이 좀 아프거나,
누가 마음을 건드리거나,
옆에 있는 사람이 괜히 미워질 때.

그 감정은 이상하게도 젓가락 끝에까지 영향을 준다.


입맛이 떨어지는 건 단순히 식욕이 안 생기거나

배가 안 고파서가 아닌것 같다.
무력해지고 살고 싶은 마음이 뚝 떨어질 때,
그 신호가 가장 먼저 입에서 시작된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주변의 친구들도 하나같이 비슷하다.


“요즘 뭐가 땡기질 않아.”
“먹고 나도 허하다.”
“밥은 먹었는데, 왜 이렇게 허기지지?”


그래서 요즘은 밥상이 시들했다.
있는 반찬도 손이 안 가고,
맛집가는 것도 시들하고, 먹는 일 자체가 피로했다.

사실상, 그건 입맛이 아니라 마음이 눌린 거같다.


그런데 어느 날,
나가기 싫어 아무 생각 없이 끓인 된장국에서
구수한 냄새가 올라왔다.

무, 애호박, 두부 듬뿍 넣고 푹 끓인 그 국물.

한입 넣고 나서, 이상하게 가슴이 먼저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살맛이 난다, 까진 아니어도 뭔가 다시 꿈틀한다.



우리 나이에 입맛이 돌아온다는 건
단순히 먹고 싶다가 아니라 조금 나아진 것 같다는

표시인것 같다.


밥 한 숟갈에 구수한 숨이 섞이고,

시원한 국물 한 입에 눌리고 쌓인 감정이 풀릴 때,
몸까지 살아남을 느낀다.


우리는 식성.

즉,입맛을 단순히 입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감정의 문제이고, 회복의 시작인듯하다.


그걸 잃어버린 채로 억지로 끼니만 채우는

삶은 사는 게 아니라 견디는 것에 가깝고


이제는 때우는 밥이 아니라

살고 싶은 밥을 준비할 줄 알아야 한다.



입맛은 혀가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 감각이 살아 있어야, 나도 살아 있다.

억지로라도 찾아야하는 중년의 숙제다..



한량의 한마디

“입맛이 돌아온 건 감정이 숨을 쉬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밥맛은 결국, 마음의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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