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 8주차 - 제가 한번 보여드리려고 했습니다만...
또 가니?
양양에 다니기 시작하고 양가 부모님께 종종 들었던 말이다. 남들은 어쩌다 한 번씩 가는 강원도 여행인데 매 주말마다 가고 있으니 부모님 보시기엔 신기하기도 하고 애 둘을 데리고 장거리 왕복 운전이 걱정되셨을 터다.
엄마를 한 번은 모시고 다녀오고 싶었다. 나는 애가 둘이나 있지만 여전히 친정엄마와의 관계가 덜 분리되어있는데, 서핑만큼은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배운 운동이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정말 괜찮거든요!"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비는 오고 날은 춥고 파도는 좋지 않았다.
남애3리 파란 하늘을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실패,
양양에 서핑인구가 이렇게나 많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실패,
슈트 입고 보드 딱 들고 들어가 파도에 올라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모두 실패.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다음 날 하늘은 갰지만 파도는 여전히 커서 바다에 들어가진 못했다.
여행의 콘셉트는 효도관광이자 맛집 투어로 변경되고, 고객님의 니즈를 반영한 주문진부터 속초까지 동해대로를 따라 1박 2일 투어의 동선을 짰다.
그럼에도 엄마는 그 짧은 시간에 우리의 주말양양라이프에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셨다. 그것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주들이 행복해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유남매가 팔봉삼촌을 비롯한 양양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밝고 활기찬 모습이 좋아 보이셨던 거다. 서울에서와는 다르게 낯가림도 없이 매시간 매 순간 웃고 있는 손주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동안 엄마 아빠 취미 때문에 아이들이 끌려오는 건 아닌지 (속으로) 걱정하셨던 마음이 좀 사라지셨다.
그동안 양양에 다니며 조금은 신경 쓰였던 내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다.
다만,
주말만 바라보며 주 5일의 회사생활을 버티고 버티는 유서방은 실망하고 말았다. 무기력함에 바다만 바라보며 잠만 자게 된 유서방. 이날만큼은 다음 주말을 기약하는 슬픈가장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