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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비 Jul 02. 2019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일상은 권태와 지루함으로 가득하지만

People are strange
-The Doors


하루에 하늘을 세 번 이상 보지 않으면 여유가 없는 삶이라고 한다던데 난 오늘 몇 번을 올려봤을까?


천국도 현실이 되면 지옥이 된다.


먼길을 돌고 돌아왔다. 최근 몇 개월이 그랬다. 잘 다니던(?) 회사를 과감히 그만두고 프랑스 파리로 온 데에는 나름의 이유와 목적이 있었다. 정말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것, 조금 더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는 것, 약간의 로망이 담긴 해외 생활을 누려보는 것. 한 가지 덧붙이자면 나와 얽매여 있는 모든 관계와 맥락을 절단하고 떠나는 것. 결국 따져보면 서로가 서로에 연결된 그런 의미가 있었다. 


이때만 해도 머릿속은 온갖 낭만과 환상으로 가득했다. 어느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 앉아 와인을 한잔하며 담배 피우기(이는 결국 전자담배로 바뀌었다), 해질 녘 센느강변에서 노상 하기, 학교에 가서는 프랑스어로 열띤 토론을 펼치기 등등.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 모든 건 허상이었다. 물론 아직 학교에 가지도 않았지만, 이 모든 것을 해내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수적인 전제조건, 즉 프랑스어 공부에 이미 난 지옥을 맛보았다. 


이제는 일상의 배경이 되어버려 이 풍경이 그저 익숙하다.


운이 좋았다. 다행히 3, 4번 연달아 시험을 보면서 필요한 어학성적은 만들 수 있었다. 잠시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진짜 지옥문은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열릴 테니까.


어학시험 합격에 짜릿한 쾌감을 느끼며 성적표를 하루에 몇 번이고 되풀이해 봤다. 보고 또 보고. 스스로 믿기지 않아 아내에게 한 번 더 확인해 달라고도 한다. “이제 놀자!!”며 한껏 들뜬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욕심은 끝이 없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자 이 역시 또 늘 뻔한 일상이 되었다. 사람이 참 간사하게도 시험이 끝나고 나니(진짜 어학실력은 아직 형편없음에도) 나름 열정을 갖고 다니던 어학원에도 흥미가 떨어졌다. 학원 끝나고 나면 너무나 정말로 욕이 나올 정도로 지겹고 하기 싫었던 일상이 된 공부도 하지 않는다. 그전만 해도 이 온전한 시간을 나만을 위해 쓰겠다 다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또다시 권태를 느끼고 지겹고 루즈해진 일상이 되고 말았다. 스스로 정말 한심하다고 느낄 정도로.


어쩌면 내 인생에 있어 브뤼셀에서 마신 마지막 맥주였는지 모른다.


그래서 다시 브런치에 들어왔다. 나만의 글을 쓰는 것 역시, 애초에 품었던 허상 중 한 가지였다. 언제 또 나태함에 빠질지 모르겠지만 이때 아니면 다시 있을 수도 없을 테니까.


나의 글도, 나의 유학생활도. 밤 11시에 붉게 물드는 하늘을 보며 마시는 와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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