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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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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비 Aug 1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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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동안 조문객을 맞이하는 검은 상복의 엄마를 바라보던 그녀는 자신을 응시하는 그녀를 의식했다. 그녀는 잠시 동안 그녀를 바라봤고 그녀 역시 그녀를 쳐다봤다. 고개를 내린 그녀는 본인 앞에 놓인 공깃밥을 봤다. 한 숟갈 덜어 육개장에 말았다. 밥알 몇 개를 입에 넣고는 이내 삼켰다. 


"그래도 기껏 차린 테이블인데 너도 술만 마시지 마. 조문객으로 왔으면 뭐라도 먹어."


그는 살짝 웃었다. 눈에 담았던 적대감이 넘쳐 입으로 흘러나온 듯했다. 그는 혹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웃음을 봤을까 의식하며 주위를 살피며 웃음을 지웠다. 다시 잔에 술을 채웠다. 


"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 형 죽었을 때는 그런 난리를 피웠어요?"


그녀는 가지런히 놓인 동태전을 베어 물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거야. 그러는 너는 그런 일을 겪고도 아무것도 모르네."


그녀는 남은 동태전을 마저 입에 넣었다. 그 사이 그는 소주 반 병을 비웠다. 그는 술잔을 채우는 페이스를 늦추고는 귤 하나를 깠다. 뭐라도 먹으라는 그녀의 말을 따른 것은 아니었다. 공복에 술기운이 더해지면서 나온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그냥 배가 고팠지만 그렇다고 육개장에 밥을 말아먹거나 전을 먹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엄마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 근데 그렇게 잘 아시는 사람이 어떻게 저분한테 한 마디도 안 할 수 있어요? 지금 저 자리에 있는 게 어떤 심정인지 본인이 가장 잘 알 거 아냐? 왜 모른 척하는 것도 조문객이 할 일인가?"


그가 날 선 말을 내뱉었지만 그녀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건넌방에서 조문객을 맞이하는 검은 상복의 그녀를 바라봤다. 상복을 입은 또 다른 엄마는 힘에 부쳐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옆에서 도와주는 젊은 여자, 상복 입은 그녀가 20년 전쯤 저런 모습이었을까 싶은 30대의 여자가 그녀를 부축하고 있었다. 젊은 여자 역시 상복 차림이었다.

 

그녀의 시선은 피어오르는 향의 자취를 찾는 듯 허공을 배회했다. 그러다 순간 두 엄마는 다시 눈이 마주쳤다. 두 엄마가 떨어져 있는 10여 미터 사이에 4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그중 두어 개의 테이블에는 조문객들이 있었다. 그 틈을 헤집고 둘의 시선이 부딪혔다. 검은 드레스의 엄마는 이번에도 허리가 반듯했다. 반면 검은 상복의 엄마는 이벤에는 그녀를 보고 살짝 목례를 했다. 그러고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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