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by 박상환

아침에 유튜브 영상이 링크된 문자가 하나 왔다. 링크된 영상에는 대학교 시절 자주 듣던 노래들이 있었다. (지금도 종종 듣고 있기는 하지만) 그 후에 이어진 친구의 뜬금없는 질문.


오글거리지만, 우리가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게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우린 언젠가부터 뒤를 돌아보며 대화하는 일이 밥 먹는 일처럼 자주 있었다. 술 한잔을 기울이거나. 아니면 술이 아닌 다른 것을 섭취할 때. 또는 날씨가 무언가 드라마틱한 날이면 대개 그랬다.


이러한 대화는 결국 '후회의 여부'로 이어지곤 한다. '그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으며 어땠을까...' 같은 누구나 다 하는 그런 후회 말이다. 하지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 후회한다고 한들, 안 한다고 한들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의미일까 싶기도 하다.




한때는 매일매일을 후회로 보내던 때도 있었다. 나보다 잘 나가던 친구들을 보며, 과거의 나를 꽤나 미워했었다. 아무런 이득도 되지 않는 사랑이나 낭만 따위에 전부를 걸고, 미래에 대한 계획엔 까막눈이었던 그때의 내가 미웠다. 후회는 후회를 낳고, 현재는 점점 과거에 잠식당했다.


그렇게 후회로 점철된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더 이상 후회할 여력도 남아있지 않을 즈음 생각의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내 선택은 분명히 다를 것이야'라는 생각이 바뀐 것이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시간을 다시 돌린다고 한들 선택은 같을 것이다. 왜냐면 그게 나니까. 그게 그때의 나니까.


어쨌든 그때의 나는 그 당시 나의 모습대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다양한 경험이 쌓이며 모습이 바뀌고 생각이 바뀐다. 그러다 보니 과거의 선택이 후회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과거의 나를 지나치게 미워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철없고 어리석어 보여도 그 또한 소중한 나의 모습이다.


뼈가 아플 정도로 후회하며 몇 년의 시간을 보낸 후, 이제야 나는 과거의 나를 끌어안을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지금도 낮은 곳에 있는 나지만, 어리고 여렸던 그 시절 나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다. 후회는 남아있지만 더 이상 과거를 미워하지 않는다.


참 재미있는 사실이 이렇게 미움을 버리고 나니, 오히려 현재에 대한 열심과 미래에 대한 건설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과거에 발목 잡혀 후회에 빠져 허우적 대던 날에 비해 좀 더 긍정적인 사람이 된 것이다. 먼 훗날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바라볼 때는 조금이나마 덜 후회되도록 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겨 버렸다. 과거의 나를 그대로 인정하고 미움을 버리면서 생긴 놀라운 변화다.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보다 '그래, 그때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가져온 결과다.



과거의 시간을 돌릴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아예 지울 수도 없다. 지울 수 없는 과거이기에 때론 뼈저린 후회도 한다. 그렇다고 그 과거를 외면하고 미워만 할 수 있을까. 지나간 날이 아무리 보잘것없어도 그런대로 의미가 있지는 않을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어떤 노래의 가사처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의 의미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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