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수많은 계획이 존재한다

by 박상환

생각해보자. 우리가 살면서 계획한 것들 중 과연 몇% 나 실현되었나.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마도 100% 실현된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딴에는 완벽해 보였던 계획도 여지없이 깨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 인생은 우리를 배신하지 못해 안달이 났을까. '인생은 원래 그런 거야'라는 무책임한 명제로 다 설명하기엔 영 시원치 않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계획이란 것을 나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살면서 참 여러 사람들을 겪었다. 각자 저마다의 색깔이 있고, 나름의 사연들이 있다. 그리고 물론 각자의 계획도 있다. 모두들 그럴듯한 큰 그림들을 다 가지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이 계획들은 다 같지가 않다. 본인의 색깔과 사연에 의해서 각각 다르게 정해진다. 천차만별이다. 사람의 생각이 다 같을 수 없듯, 나의 계획과 너의 계획도 같을 수 없다.


우리의 계획이 실패하는 지점은 바로 거기다. 서로 다른 계획이 부딪힐 때. 필시 한 가지 계획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게 당연한 이치다. 때로는 두 개의 계획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일도 많다. 좀 더 복잡한 관계 속에서는 동시에 여러 개의 계획들이 충돌하기도 한다. 계획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면 그 계획은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계획이 영원히 같을 것이라는 보장은 할 수 없다. 우리가 살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상황들을 겪을 때마다 서로 다른 계획들이 부딪히면서 우리의 계획은 때론 실패하기도 때론 성공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취업준비생이라고 치자. 나는 입사의 계획을 분명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딘가에 나와 같은 계획을 가진 누군가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신입사원을 채용해야 하는 그 기업체의 계획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기업체의 계획과 부합하는 사람의 계획은 성공할 것이고, 부합하지 않는 사람의 계획은 실패할 것이다.


우리의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많은 계획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계획의 실패가 꼭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한 사람 한 사람 사연을 다 듣자면 분명 가슴 아픈 일일 것이다. 그러나 '계획의 충돌'이라는 세상의 섭리가 나약하고 교만한 우리를 강하고 성숙하게 해 준다. 키가 자라듯 마음이 자란다. 나의 계획만 생각했을 때는 몰랐던,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다른 사람의 계획도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이해심이 생긴다. 나아가 나의 계획뿐만이 아닌 공동체의 선한 계획도 끌어안을 수 있는 바다 같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충돌의 경험을 통해 얻은 혜안은 분별력을 갖게 해 준다. 이것이 좋은 계획인지 나쁜 계획인지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우리는 도움을 줄 수 있다. 나의 계획들이 모두 성공하는 삶이라면 이런 것들은 절대 알 수가 없다.



영화 <기생충>의 기택은 '무계획이 가장 좋은 계획이다'라고 얘기한다. 무계획엔 실패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계획의 실패를 두려워한다. 아마 기택도 그런 심정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무계획도 다른 계획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충돌이라면 차라리 철저하게 실패하는 쪽이 더 낫다. 무계획을 통한 자기 위안보다는 실패의 고통을 통한 깨달음이 더 값진 일이다.


구태의연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계획의 실패는 더 큰 성공으로 가기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것. 나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뼈아픈 충돌을 통해 얻은 참 귀한 지혜다.


우리는 우리의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무책임한 말이지만 인생은 원래 그런 거니까. 그렇게 부딪히며 살아가는 거니까. 매일매일 자라고 있는 거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