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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hai park Aug 22. 2020

쓴소리를 겸허히 들어야 할 때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제 좀 괜찮아졌나 싶어 기지개 필 준비를 했던 대한민국이 다시 멈췄다. 일일 확진자가 100명, 200명을 상회하더니 급기야 300명을 넘겨 버렸다. 대유행의 불길이 다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전광훈과 사랑제일교회라는 역대급 빌런이 있다.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에 철저히 반하는 말과 행동으로 대한민국을 아수라장으로 몰아넣고 있다.


사실 전광훈은 목사가 아니다. 기존에 그가 속해 있던 교단에서 이미 면직 처분을 받았다. 더 이상 목사의 직분이 아닌 그는 본인 스스로 교단을 세우고 아직도 목사 행세를 하고 있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한기총(한국기독교 총 연합회) 도 대다수의 개신교 교단이 탈퇴한 껍데기뿐인 단체다.


사랑제일교회를 제외한 다른 교회와 기독교인들은 억울할 수도 있겠다. 이미 교계에서는 손절한 어느 한 명 때문에 도매급으로 온 국민의 비난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바이러스 확산에 정상적인 개신교회의 책임은 하나도 없을까. 오히려 사랑제일교회 뒤에 숨어서 비난을 회피하려 하고 있진 않은가. 모태신앙으로 수십 년 동안 교회에 출석해온 나는 지금의 사태가 심히 안타깝다. 마음이 아프고, 매우 부끄럽기도 하다.




사랑제일교회는 덜어내고 얘기해보자. 이번에 코로나 감염으로 매스컴에 보도되었던 교회들을 한번 살펴보자. 전 국민이 몸과 마음을 움츠리고 있는 시기에 수련회를 다녀오고, 식사와 소모임을 강행했으며, 마스크를 벗은 채 찬양을 불렀다. 정부가 주일예배는 허락한 상황이었는데, 굳이 이런 것들까지 진행했었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코로나 이후로 우리는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살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를 못 가고, 자영업자들은 당장 생계가 걱정이다.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많은 당연한 것들이 사라졌다. 의료진은 몇 개월이 넘는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과연 한국교회가 이러한 국가적 재난과 아픔에 얼마나 공감을 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예수님께서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다. 예수님이 말한 이웃이 단지 '우리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만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교회는 저마다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해외 선교와 봉사, 지역사회에 대한 구제활동, 독거노인과 장애인들 같은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일을 물론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이웃 사랑의 패러다임을 좀 바꿨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다. 율법사의 질문에 대한 예수님의 답변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보여주기 식 봉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마태복음 22장 37절 ~ 39절)



지난 80~90년대 폭발적인 성장 이후, 한국교회는 점차적으로 쇠퇴하고 있다.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 모두에서 그렇다. 이는 어쩌면 한국교회가 자초한 면도 있다. 2000년대 이후 한국교회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씁쓸한 기억들이 더 많다. 대형교회의 부 축적, 교회의 사유재산화, 교회 세습, 일부 목회자의 성 스캔들. 성경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안 좋은 모습들이 여러 매스컴을 타고 전해졌다. 사람들은 교회에 등을 돌렸으며, 그나마 겨자씨 같은 믿음의 성도들도 발길을 돌리는 일이 늘어났다. 한국 교회의 이런 모습들은 진짜 복음을 전하려는 진짜 목회자들과 성도들의 노력마저 힘을 잃게 만들었다. 예수님의 지상명령이라는 전도를 한국 땅에서 굉장히 힘들게 만들었다. 어느새 한국 교회는 개독이라는 아주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코로나가 트리거가 되었을 뿐이지, 한국교회는 그동안 비난의 마일리지를 계속 쌓고 있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었는데도 한국 교회는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행정명령에 '왜 교회만 탄압하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우리들의 어릴 때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어릴 때 친구랑 싸워서 혼나게 될 때 그때도 '왜 나한테만 그러냐'며 소리를 꽥꽥 지르곤 했다. 한국 교회가 아직도 이런 유아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니 참 슬프기만 하다.


과거 수많은 논란이 있을 때도 그랬다. 그저 '일부' 교회의 일이라며 선 긋기에 바빴다. 맞다. 일부 교회의 잘못이다. 그렇다고 그저 남의 일로 여기면 안 되는 것이었다. 우리 교회, 우리 교단의 일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잘못에 대해 뼈저리게 아파하면서 자성의 목소리를 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했더라면 적어도 개독이라는 오명은 떨칠 수 있지 않았을까. 날로 줄어드는 주일학교 학생들과 청년들을 다시 교회로 불러올 수 있지 않았을까.



코로나로 인해 한국교회는 유례없는 비난의 한가운데에 서있다. 물론 교회는 억울할 수 있다. 수천, 수백 개의 교회들 중 일부 교회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그리고, 거짓 선지자랑 같이 엮여서 비난받는 일에 분개하는 마음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건 어쩌면 또 하나의 메시지 일 수 도 있다. 온 세상이 교회에 대해 손가락질하는 지금이 바로 변화의 시작이 될 수 도 있는 것이다. 전두환식 화법과 선긋기는 그만 멈춰야 할 것이다.


이제는 교회가 정말로 세상의 쓴소리를 겸허히 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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