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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hai park Nov 26. 2019

'그 영화'를 보지는 않았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을 보지 않았다. 소설은 물론이거니와 영화도 보지 않았다.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도 볼 생각이 없다. 원작 소설이 100만 부를 넘기며 연일 화제가 될 때에도, 곧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한창 시끄러울 때에도 나에겐 관심 밖이었다. 82년생 김지영이든 85년생 이지영이든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82년생 김지영>이 그냥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소설이 처음 영화로 제작된다고 했을 때 일어났던 논란들이 기억난다. 그리고 영화가 완성되어 나왔을 때 그 논란은 더욱 강하고 넓게 퍼져갔다. 온라인에 몇몇 사이트에서만 싸우는 줄 알았는데 오프라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참 많은 말들이 오갔다. 영화가 개봉하고 지금까지 거의 매일 논란이 내 주위를 따라다녔다. 그래도 관심 없었다. <82년생 김지영> 은 나에겐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논란을 뒤로하고 난 그동안 사라 코너를 만났고 후 샤오시엔의 젊은 얼굴을 보았다. <82년생 김지영> 이 아닌 두 편의 한국영화도 보았고, 중간중간에 미드도 챙겨봐야 했다. 나의 위시 리스트에 <82년생 김지영> 이 들어올 틈은 없었다. 몇몇 사람이 나에게 물어봤다. 그 영화 봤냐고. 어떻게 생각하냐고.


글쎄, '그 영화'는 안 봤는데 꼭 봐야 되나.


사실 좀 궁금하기는 했다. 도대체 이놈의 <82년생 김지영>이 대체 뭐길래 이렇게도 시끄러운 것일까.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어 보려 했으나 상영 시간대와 내 시간대가 좀처럼 맞지 않았다. 난 이내 포기했다. 이쯤 되면 82년생 김지영 씨는 나와는 영 인연이 아닌가 보다. 사실 <82년생 김지영>이 아니더라도 봐야 할 그리고 보고 싶은 영화들이 많이 있다. 스트리밍을 기다리고 있는 넷플릭스의 신작들. 좋아하는 뮤지션의 새로운 음악들. 아무리 봐도 <82년생 김지영> 이 끼어들 틈이 없다.


나에게 이 영화 봤냐고 물어봤던 사람들은 나로부터 어떤 대답을 듣고자 했던 것일까. 그들의 편에 서서 속 시원하게 상대방을 비판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을까. 아니면 그냥 단순히 내 생각이 궁금했던 것일까. 내 생각이 본인의 생각과 다르다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그들의 질문의도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미안하게도 난 여전히 이 영화에 관심이 없다. 나에겐 논란에의 동참보다 취향의 고수가 더욱 가치 있는 일이다.




사람들은 왜 이리 이슈를 좋아할까. 이슈는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 같다. 정신을 잃은 채 마냥 쫓아가게 만든다. 한동안 브런치에도 이 <82년생 김지영>에 관한 글들이 도배가 되었던 적이 있다. 정성스럽게 쓴 글들을 잘 보았다. 그 글들을 보고 나니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호기심이 더 떨어졌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어쨌든 <82년생 김지영> 은 소설 발간부터 영화 개봉까지 이슈를 등에 엎고 적지 않은 상업적 성공을 이루어냈다. 적지 않은 게 아니라 1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니까 원작자에게는 실로 어마어마한 부를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덕분에 갈등은 더욱 깊어졌고, 안 그래도 치열한 성별 간의 전쟁에 기름을 부어놓은 꼴이 되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은 비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이미 손익분기점은 훨씬 넘었고, 평론가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성전(性戰) 은 계속 진행 중이다. 이 전쟁은 때로는 폭력을 낳기도 한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과 영화가 이 전쟁에 아무런 책임도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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