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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 워너비 Nov 04. 2016

타협의 정치와 타협하지 않는 정치

김대중과 노무현

김대중과 노무현의 차이는 정치력이다. 노무현도 정치를 짧게 한 사람은 아니다. 80년대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고, 초선 의원 때 벌써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다. 알다시피 이후에는 지역주의의 맨땅을 들이받으며 원칙주의자 캐릭터를 쌓았다. 정치인으로서의 매력과 연설가로서의 자질은 노무현이 김대중에게 뒤질 게 없다. 그러나 한 정당과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 반대파의 존재를 '수긍'한 상태에서의 정치, 다시 말해 '갈등의 조정'이란 정치 본연의 미션에는 김대중 보다 서툴렀다.


 김대중은 자기 정체성 근간을 떠받치는 커다란 지향은 고수하면서, 그 지향에 도달하기 위해 굽히고 숙이는데 능란했던 사람이다.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자민련 인사들을 내각에 중용하며 의회 내 통치기반을 유지하려 했고, 보수 세력 저항을 완화하려 전두환/노태우 두 내란수괴를 사면했다. 90년 3당 합당에는 항거하였지만, 97년 정권교체를 위해 자민련과 결탁한 것은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이라는 김대중 식 마키아벨리즘의 단적인 행보라 볼 수 있다.


 이런 '수구세력'에 대한 유연한 처세는, 노무현 사전에는 존재할 수 없는 단어다. 지역주의 타파의 기수, 불굴의 원칙주의자, 패배할 걸 알고도 전장에 나가는 장수, 대한민국의 뿌리를 더럽힌 절대 악과의 화해할 수 없는 싸움. 이것이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인민주의자 노무현을 표상하는 슬로건이다. 2002년 대선 연설에서 포효한 "한 번도 정의가 승리하지 못한 역사"와 재임기간 중 토했던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같은 노성은 대한민국의 나머지 절반과 추호도 공존할 수 없다는 선전포고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이 도무지 받아들일 리 없는 '대연정' 같은 허황한 '큰 그림'을 그리며 갈피를 잃었고, 국민들에게 불신을 심었다.)


 김대중의 정치가 '타협을 통한 승리의 추구'라면, 노무현의 정치는 '타협하지 않는 것 자체가 승리'인 정치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때 일어난 대 한나라당 정쟁의 성격을 따진다면, 후자가 훨씬 소모적이었다. 바로 이 점이 헌정 사상 유이한 민주적 정부 수반이었고, 대한민국 현대사에 깊은 족적을 새긴 두 인물을 갈라놓는 결정적 차이다. 물론 나는 그 차이가 정치인의 '격'으로 수렴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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