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가 이틀의 휴가를 얻어 집에 오는 날이다. 어떻게 바뀌었을까 오늘은 꽃단장을 해야겠네 밥은 뭘 준비해야 하지 만나면 뭐라고 말해야 하나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서 실타래처럼 엉키고 엉켜 머리가 복잡했다. 하지만 한 달 동안 홀로 보내며 우울한 나날을 보냈던 순간을 날려버리고 기쁨의 웃음을 짓기에는 충분했다. 그가 울산에 가있는 동안 매일 같이 통화를 했다. 피곤할 텐데도 전화를 받아주는 그가 너무 고마웠다. 나는 매일 그와 통화를 하며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전화를 끊고 나면 곤히 자고 있는 우진이의 숨소리만 간간히 들리고 적막감이 몸을 휘감았다. 언제부터인가 신혼방이 그 어떤 고급지고 비싼 호텔의 방보다 크게 느껴졌고 너무 크게 느껴져 무더위에 땀이 흐르는 계절에도 나는 추웠고 쓸쓸했다. 사진 속에 비친 그의 얼굴을 쓰다듬어보지만 그의 거친 피부, 그의 따뜻한 온기, 그의 췌취는 온데간데없고 나의 손은 힘없이 밑으로 떨어졌다. 눈을 감으면 사진 속 그의 모습이 사라질까 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렇게 내일이 빨리 오기를 기도했다. 내일이 오면 어김없이 그와 통화를 했고 통화가 끝나면 그의 사진을 꺼내 들었다.
그가 기차를 타고 집에 오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나는 우진이를 안고 밖을 나갔다가 집에 들어와 거실을 서성였다. 앉아 있다가도 어느 순간 거울 앞에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고 신혼방에 있다가도 부엌에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했다. 십 분의 시간이 한 시간처럼 느껴졌고 그가 무사히 집에 도착할 수 있게 기도하고 기도했다. 그때 밖에서 대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른 우진이를 안고 현관문 앞으로 다가갔다. 현관문이 열리고 그곳에는 그가 서 있었다.
“다녀오셨어요”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환한 모습으로 그를 맞이하고 싶었다.
“다녀왔습니다.”
그는 변하지 않았다. 그는 한 달 전 그대로였다. 그는 여전히 나의 김치찌개를 좋아했고 너무 맛있게 먹어주었다.
“캬아 바로 이 맛이야!”
그는 여전했다. 우리는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신혼방에 들어갔다. 그가 침대의 안쪽으로 눕고 내가 그의 옆에 누웠다. 우리는 새벽녘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어느새 피곤했는지 그가 먼저 잠이 들었다. 나는 곤히 자고 있는 그의 모습을 바라봤다. 어느 순간 평온해 보이던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리고 손을 들어 바닥을 치고 있었고 반대 손으로 가슴을 쥐어뜯고 있었다. 그는 괴로워했고 괴로움의 몸부림을 쳤다. 바닥을 치던 손은 어느새 둥그렇게 쥐고 벽을 쳤으며 그의 주먹이 벽과 맞부딪칠 때마다 ‘쿵 쿵 쿵’ 소리가 났다. 어느새 우진이가 잠에서 깼고 우진이는 울고 있었다.
나는 벽을 치는 그의 손을 내려주며 오른쪽 눈에서 눈물을 흘렸다.
나는 가슴을 쥐어뜯는 손을 내려주며 왼쪽 눈에서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의 가슴의 얼굴을 파묻고 양쪽 눈에서 흐르는 눈물로 그의 가슴을 적시었다.
그를 한 달 만에 만난 어느 날 그의 온몸에 난 상처를 어루만지며 우진이를 달래는 것도 잊은 채 가장의 무게감을 가장의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