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킬로미터가 아닌 25바퀴나 뛰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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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LSD 장거리 30km 뛰었습니다.
지난 주말에 가볍게 25km 뛰었습니다.
오늘은 조금 짧게 20km만 뛰었습니다.
'
흔히 보는 문구들이다.
뛰는 것, 마라톤을 취미로 하기에 여기저기 SNS에서 보이는 것은 저런 문장들만 보인다. 날렵한 자세와 가볍게 총총 뛰는 사진과 거리 지도와 함께 인증샷도 올린다. 사람이기에 당연히 남들이 어떻게 뛰는지, 모습과 거리에 신경이 쓰인다. 내 핸드폰에 있은 달리기 어플 숫자와 비교를 하게 된다.
자꾸 저 거리를 말하는 숫자가 보인다. 30, 25, 20.
그렇다고 나도 못할 거리, 못 해본 거리가 아니다. 나도 나름 풀코스를 걷뛰를 하면서 42.195란 숫자도 온몸으로 경험해 보았다. 그것을 준비하면서 나름 20km, 30km 도 여러 번 연습하고 매년 한두 번 이상의 하프 마라톤도 나간다. 기분 좋고, 몸 상태가 양호하면 매달 한두 번은 하프 이상 거리를 도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이상하게 몸이 무겁고 뛰는 힘도 나지 않는다. 간신히 옷을 입고 신발 끈을 고쳐 매고 밖으로 나간다. 마음을 꽉 누르는 무언가가 나를 옥죄는 느낌에 뛰면서 흥도 나지 않는다. 그래도 나를 위해 조언해 주는 사람들이,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달리는 것이라고 강력히 말해주었기에 운동화 끈을 한 번 더 꽉 매어준다. 저마다 뛰는 목적, 목표가 있다고 하지만, 나는 단지 지금 이 순간을 뛰어넘기, 이 시간을 넘어가지 위함이다.
다시 한번 운동화 끈을 꽉 맨 후에 집을 나섰다. 어디에서 뛸지 잠시 고민한 후 사람들 드문 하천변이 아닌, 오늘은 트랙 러닝을 하러 갔다. 트랙을 계속 도는 것은 지겹기도 하지만 나름 장점도 많다. 사람들을 계속 보면서 달리는 것, 여러 사람들과 속도도 조절할 수 있다.
2.
뛰기 시작하였다.
현재 기온은 다행히 영상 7도를 가리키고 있으나 겨울은 겨울이다. 초저녁에 시작하였으나 점점 어둠이 밀려오고 기온은 급하강하고 있다. 점점 차가운 바람이 바람막이 옷 안으로 스며든다. 그 바람은 내 몸에 나오는 땀과 열기가 부딪혀 서로 상쇄되고 있다. 그렇게 몇 바퀴를 뛰는 중, 시계를 보니 아직도 채 3km 밖에 거리가 되지 않았다. 마음은 벌써 7, 8km 뛰었다고 생각하였으나, 거리는 그 절반도 안 되었다. 그렇게 오늘 레이스가 그리 썩 쉽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그 순간 다행히 트랙에 사람들 한두 명씩 늘어나서 외롭지 않은 레이스를 계속하였다.
점점 어둠이 내려오지만 가로등 불빛이 트랙 여기저기를 비추어주어 그리 외롭거나 무섭지 않다. 땀 한 방울이 이마를 타고 내려와 눈으로 들어간다. 따뜻한 땀이 순간 차가운 땀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몸에 땀이 난나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거친 숨을 내쉬면서 양팔을 앞뒤로 힘차게 흔들면 자연스럽게 양 다리는 움직인다. 거리를 생각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내가 두 다리 멀쩡히 뛰면서 송송 땀 흘리는 자체를 감사하면서 뛰고 있다.
뛰는 내내 고민한다.
오늘은 최종 거리를 얼마까지 할 것인가?
미리 준비한 물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몸 상태가 장거리를 할 수 있을까? 자칫 추운 겨울에 무리하다가 근육이나 관절에 무리 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생긴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하면서 최종 거리는 나 스스로 정했다.
오늘은 최종 10km만 뛰기로.
그렇게 나는 10km 가 조금 지나, 가민 시계를 멈춤 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나의 오늘 뜀박질이 기록에 남는다.
거리는 10.27km. 시간은 1시간 O 분.
오늘도 내가 뛴 거리가 맘에 썩 들지 않는다.
누구는 추운 겨울이기에 더 쉽게 장거리 러닝을 한다고 말한다. 지난 무더운 여름날에 너무나 심하게 땀 흘리며 뛰었던 생각을 하면 지금 이렇게 뛰는 것은 아주 시원하게 뛰는 것이다. 체질적으로 땀이 많기에 여름 러닝을 정말 힘들다. 땀과의 싸움이다. 이렇게 시원한(?), 차가운 계절에 장거리를 더 뛰어, 나의 달리기 마일리지를 쌓아야 하는데... 아쉽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 넘게 뛴 경험으로, 절대 무리하게 뛰면 결국 탈이 난다. 그날그날 나의 몸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 뛰면 된다. 오늘은 10km이지만, 그렇게 모이고 모이면 한 달에 100km 이상 훌쩍 뛰게 되고, 일 년이면 1,000 km를 가뿐히 넘게 뛴다.
하지만 나는 오늘 10킬로미터가 아닌 트랙 25바퀴나 뛰었다.
그렇다.
10킬로미터가 아닌 400m 트랙을 25바퀴를 돌았다.
400m 트랙을 25바퀴 뛴다.
어느 누가 쉽게, 한자리에서 트랙을 뱅글뱅글 25바퀴를 뛸 수 있는가?
우연히 누군가의 글에서 본 것이다. 몇 km밖에 못 뛴 것에서 기운이 죽을 필요는 없이, 대신 트랙을 OO 바퀴나 뛴 자신을 더 대견해야 하 한다는 것을 말한다.
[ 달리기 어플에 기록된 그날의 25바퀴. 자세히 확대해보면 땀흘려 뛴 25개의 줄이 보이다^^ ]
3.
나의 첫 러닝, 달리기가 기억난다.
반올림(?), 올림 해서 세 자리 숫자 몸무게가 된다는 두려움에 달리기를 시작하였다. 첫 시작은 아마도 1km, 2 km 도 못 가서 허걱되며 힘들어하였다. 역시나 나에게는 안 맞는 운동이라고 생각하였으나, 그래도 한 걸음, 조금씩 거리를 늘려나갔다. 몸무게 앞자리 숫자가 바뀌면서 조금씩 뛰는 맛을 알게 되었다.
80바퀴.
작년 풀코스를 앞두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30km 이상 장거리를 1차 목표로 삼았다. 그날은 몸 상태를 미리 최상의 상태로 만들고, 뛰러 나갔다. 결국 트랙 80바퀴를 뛰었다. 거리는 32km. 마지막에는 정말 다리가 질질 끌리는 느낌이었으나, 가뿐하게 다음날 다리와 몸 모두 정상으로 돌아온 나였다.
오늘은 25바퀴였으나, 점점 나는 50바퀴, 70바퀴, 100바퀴까지 도전하고 다시 성공할 것이다.
나는 오늘, 10킬로미터가 아닌 25바퀴나 뛰었다.
트랙을 뛰면서, 오늘도 책을 생각하였다.
아직까지 신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따끈한 책이다.
나를 성장하게 한 것은 마라톤도 한몫하였다.
또, 작가를 울린 소방사 C 선생도 생각하였다.
https://brunch.co.kr/@mdearnest/153
https://brunch.co.kr/@mdearnest/155
다음에도 뛰는 동안 기쁜 생각, 행복한 마음을 갖기 위해 또 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