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잡지, 단행본, 영화, 드라마 등의 인쇄, 영상, 음향 매체 등 멀티미디어의 초안을 다듬는 역할을 한다. 간단하게는 단순 오탈자 수정만 하거나 주요 내용과 작품의 방향성을 제한하거나 반대로 제작자에게 다른 방향을 제안하기도 한다. 순우리말로는 엮은이라고 한다.
'편집자'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는 같지만 각 분야 별로 조금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문학·비문학·만화 등을 다루는 출판매체 분야의 경우 다른 분야에서 말하는 디렉터 및 프로듀서가 하는 일을 편집자가 맡고 있다고 보면 된다. 영화·드라마 등을 다루는 영상매체 분야의 경우 디렉터 및 프로듀서가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편집자는 디렉터 및 프로듀서가 결정한 방향성에 맞추어 실제로 편집본을 만드는 직업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외상외과의사를 누군가 말하기를 trauma patient cordinator 라고 말한다. 즉 외상외과의사 혼자 역할로 모든 환자 처치, 치료, 수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른 과들의 역할까지 합쳐 환자 치료의 중심에 있는 의사를 말한다. 생각해보니 편집자를 역할은 어찌보면 외상외과의사 역할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위치에서 같은 역할을 하는 외상외과의사와 편집자는 같은 운명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
파주라는 동네에 있는 OO 출판사 편집자님으로부터 메일을 받았습니다!
정확히는 편집자로부터 답메일을 받았습니다.
[ 내가 보낸 메일로부터 답메일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바로 다음날에 바로!!! ]
정확히 5개월 전 나를 흥분, 들뜨게 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수년 전부터 여기저기 글을 써온지라 언젠가는 한 권의 책을 내고 싶은 소망, 목표가 있었습니다. 나름 몇십 개의 글을 여기저기 지면에 나왔고 숨겨진 글 꼭지도 여러 개가 있어 다음 과정을 찾아보고 궁리하였습니다. 결국 모든 것에는 잘 하는 사람, 즉 전문가를 찾아서 절차를 따라야 하는 것이더군요. 이리저리 알아보던 중, 정말 수많은 출판사들이 있고 하루에도 수많은 책들이 세상에 나오고 그 안에서 책 출판을 전문으로 도와주고 주된 일을 하시는 편집자라는 직업도 알게 되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메일을 보냅니다.
"외상외과의사 OOO입니다.
권역외상센터에서 일하고 있으며 글 쓰는 취미, 재주가 조금 있어 책을 내보려고 합니다. 책을 내는 것을 복표, 꿈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혼자만의 라이벌'로 생각하는 남궁인 선생님이 책을 OO 출판사라는 것을 알고 문을 두드려봅니다. 글재주는 부족할지라도 환자 생각하는 마음, 그 진심을 담아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싶습니다. "
첫 메일 내용이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심사 받는 셈 치고 첨부파일, 링크로 쓴 글들 몇 개를 함께 보냈다.
메일을 보내고, 역시나 무슨 일을 시작을 하고 그다음을 다시 내 행동에 대해 잘한 것인지 복기하고 찾아보는 것. 초록창에 검색을 열심히 한 결과. 이렇게 출판사에 메일이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가 오기에 한두 달 기다려도 절대 연락, 메일이 안 올 것이라는 것이다. 김치 국물 마시지 말라는 것이 대부분이 이야기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 그래도 마치 로또를 사가지고 로또 당첨번호에서 딱 3개라도 맞춰서 5등, 5천 원이라도 당첨되는 아주 작은 기대를 가져보았다. 물론 간혹 사는 로또를 사는 순간에는 6개 모두를 맞춰 당장 다음 주부터 출근을 하지 않는 꿈을 꾸곤 한다.
바로 다음날, 답메일이 왔다.
정말 반갑고 들뜬 답메일이다. 마치 연애편지를 쓰고 우체통에 답장 편지를 받는 느낌, 문자메시지 초창기에 문자를 보내고 답 문자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던 느낌이었다.
답메일의 대략 내용은 내가 받아들인 느낌은 아주 긍정적이었다. 아마도 유명, 손에 꼽히는 출판사이기에 새로운 작가, 책을 소재들을 끊임없이 찾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었다. 생소한 그리고 아직 이쪽 분야에서 많은 책들이 안 나왔기에 가능성(?)을 살짝 보고 나에게 바로 답메일을 보낸 것으로 생각되었다. 물론 처음 그 메일을 보았을 당시에 나는 전혀 그런 전후 맥락을 파악하지 않은 채 마치 바로 작가가 된 것 같이 환호하였다.
아주 오래된 일이지만 그날의 기쁨은 혼자서 실컷 즐기고 만끽하였다.
결국 그 상황은 이렇게 결론이 나버렸다.
'떡 줄 사람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단지 떡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인지 간만 보고 있는 상황에서 혼자서 떡도 먹고, 김칫국을 벌컥 들이마셨다! '
외상외과 의사 겸 작가
아니 작가이자 외상외과 의사
머릿속에는 다른 명함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할까 하는 고민까지 하는 제대로 된 김치 국물을 마시고 있었다.
2.
간혹 사는 로또를 손에 들고 정말로 내가 찍은 번호가 3개를 넘어 4개, 5개, 대망의 6개까지 맞아버리는 상상을 하면 혼자서 웃음을 하곤 하다
나만의 로또를 상상하기 시작하였다.
작가이자 외상외과의사. 여기서 시작하는 로또이다.
출판사
편집자
계약서
인세?
책
저자 사인
선물
유퀴즈?
메일을 주신 편집자님, 그리고 또 다른 편집자님과 함께 자리를 가졌다. 거리상 파주는 멀기에 중간 지점인 서울역 인근에서 잠시 만남을 가졌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최대한 글을 잘 쓰는 척을 하려고 마음을 갖고 나갔다.
한 두어 시간의 만남, 일종의 작가가 될 자격을 심사 받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결론은 역시나 나는 아마추어 글쟁이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날의 결론은 나를 다시 되돌아보고 내가 쓰는 글이 바로 가는 길인가라는 질문을 나에게 던졌다. 내가 쓰는 것인 단순 나의 욕구에 필요에 쓰는 것인지, 아니면 독자들, 일반인들, 미래 나의 글, 책을 읽어줄 사람들이 원하는 글을 쓰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답하지 못한 것이었다.
책을 쓴다는 것을 마치 집을 짓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손수 집을 짓는다면 한 10년은 늙어버린다고 하는데 책을 쓰는 과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내가 책을 10년이나 늙어버리면서까지 쓸 자신은 솔직은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외상외과의사로서 내가 하고 싶은 말, 사회에 던져주는 메시지를 글로 담아내고 싶다.
3.
편집자님과 만남. 그리고 만남 이후에도 여러 차례 메일을 주고받았다. 결론은 김치 국물을 벌컥 미리 마시고 있는 나에게 좀 더 글을 더 써보게 하려는 격려를 해주셨다. 동시에 숙제도 던져주셨다.
'의사라는 직업인으로서 우리 사회에 어떤 이야기를 할지 좀 더 생각해 보자는 것'
그렇다. 독자들이 원하는 것.
사람들이 낭만 닥터 김사부에 열광하고 집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단순 외상외과 의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힘든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겠다고 생각하겠지? 의사라는 직업인, 외상외과의사가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지를 아직 답을 못 찾은 것이다.
'내가 외상외과의사로 우리 사회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
솔직히 아직도 그 물음, 숙제에 대한 정답을 하나도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정답을 찾아가는 길 어디론가 가고 있는 중이라고 내 스스로 생각하나 아직 잘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저런 기록, 글이 그 길로 가는 중간 과정임이 분명하다.
그 과정들, 그 과정에서 내가 고민하는 것들이 내 글이 되고, 대중이 열광하는 글, 나의 책으로 탄생할 것이다.
OOO 편집자님!
이 글을 혹시나 보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아니면 다른 출판사의 편집자님들도 보고 계실 것이라 생각되는데. 내주신 숙제에 대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나도 힘들고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적어가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모여 그 과정, 결론에 다다들 것이라 믿습니다.
생각해 보니 올해도 아직 절반도 안 지났네요! 지난 1월에 느꼈던 가슴 설레고 기쁜 기억이 내 가슴을 뛰게 하고 또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깊숙이에서 올라옵니다. 항상 새해가 되면 세웠던 '올해는 내 책을 만들자'라는 목표를 이룰 시기가 2023년에도 아직 많아 남았네요. 2023년에 책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