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떨어뜨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 교실문을 열고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그쪽에 앉으시면 돼요.” 인사부터 하고 앉으라 하든지.
앉자마자 다짜고짜, “먼저 반을 맡으시면 어떻게 운영을 하시겠어요?”
이 분 오늘 안 좋은 일 있으셨나. 어째 말투가 싸우자는 말투일까.. 그 이후로 계속,
“학생 가르쳐보신 적 없으시죠?” ,“교재는 어떡하실 거예요?”, “지각하시면 안 돼요”,
“내일 오전까지 전화드릴 겁니다. 나가세요.”
시종일관 무표정, 딱딱한 말투, 고압적인 억양.
지원자인 나에 대해 별로 궁금하지 않은 게 분명한 데,
대체 왜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을까? 들어가서 다시 물어볼까?...
심각하게 고민. 만약 저 양반이 같이 일해야 하는 담당자라면 나, 합격해도 일 안 한다.
다행히 불 합격.
* 이력서는 직접 방문해서 제출하세요!
초등학교에서 모집하는 공고에 지원하려면 제출해야 할 서류를 직접 교무실이나 담당자를 방문해서 접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 아주 가끔 이 메일 접수를 받는 학교도 있지만 대부분 방문 접수 원칙이다.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인터넷 속도가 빠르고, 국민들의 IT 활용도가 막강한 대한민국, 이 나라에서 이력서를
직접 방문해서 제출해야 한다니!!
① 이 메일로 접수를 받으면 프린트를 해야 한다. 종이 값을 아끼려는 게 분명하다.
→ 종이 값을 아껴서라도 이 나라 교육에 도움을 주려는 깊은 뜻이다!
② 그래도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들인데 이 메일 활용을 못 할 리 없다. 귀찮은 거다. 확인하고, 뽑고, 정리하고, 복사하고. 그러니 귀찮은 건 지원자가 해야지.
→ 아니다! 방문해서 제출할 정도로 성의가 있는지 확인하려는 의도다! 그걸 거다!
③ 직접 방문할 때 슬쩍 얼굴과 분위기를 살펴 1차로 거르는 작업을 한다.
→ 그러나 여태 방문했던 그 어느 학교도 이런 전략으로 면접을 볼 정도로 한가하며, 또한 정성을 들이는 것
같진 않았다.
물러설 리 없지. 전화했다.
“이 메일 제출 안됩니까?”
“네, 안됩니다. 방문하세요”
”왜 방문해야 합니까? 이 메일이 편하지 않나요?”
“학교 규정입니다.”
“!!!!!”
* 설레지 않는 기다림도 있다.
이 메일로 지원서를 제출한다. 앗! 읽었다. 내 지원서를 읽었다! ……….
며칠 뒤, 도착한 문자.
‘우선 강사직에 응시해 주신 것에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쉽지만….. ‘
음, 꽝이군. 내일까지 우울하기로.
이 메일로 지원서를 제출한다. 앗! 읽었다. 내 지원서를 읽었다! ……..
5일 정도 지나간다. 그 어떤 문자도 전화도 답 메일도 없다.
읽혔다. 그러니까 읽혔다. 그러나 조용하다. 즉, 읽고 끝!
공고를 낼 때 시간을 정해 놓고 공지하면 오죽 좋을까.
‘이력서 제출 후 3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으면 다음 기회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월 **일까지 조용하면 우린 인연이 아닌 겁니다.’
쓸데없이 기다리는 일. 모두에게 별로다.
* 어차피 비슷한 처지, 긴장 푸세요.
8명이 마주하고 앉았다.
오늘 면접 볼 사람이 8명인 모양이다.
1명 뽑는데 8명이라.
나보다 10년은 더 나이 들어 보이는 분부터 족히 스무 살은 더 어려 보이는 사람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지원자를 추린 듯. 각양각색이다.
다들 골똘해 보인다. 예상 면접 문제를 생각하고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난 예상 질문이고 답안이고 아무것도 없다.
꼭 이럴 때일수록 집중이 더 안 된다.
그러니 면접 대기실 사람들이나 살피고 있지..
아무래도… 이래서 자꾸 떨어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