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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ntie J Sep 24. 2019

살부터 빼보려고 했지요--:;;

“우선, 살부터 빼자.”


“뭐래. 직장 구하는데 뭔 살부터 빼냐!”


“저기,.(처음 난감, 이어 당황) 세상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일을 안 해본 사람도 아니고, 진짜 몰라서 묻냐?”


“왜!! (이미 기분 상함) 살집 있는 거랑 일하는 거랑 뭔 상관인데!”


평생 살 빼라는 말을 남편에게서 조차 들어보지 않은 본인! 본인의 그 고유한 살을 동생이 빼란다.

이유인 즉, 나이 오십 먹은 아줌마를 뽑아 주기도 만무하지만, 거기에 관리 못해 퍼진 티가 팍팍 나기까지 하는 중년 아줌마는 절대, never, ever

직장 구하기가 힘들 거라서.

그러더니 다짜고짜 눕히곤 미용 칼을 들이댄다.

짱구 친구 같은 촌스러운 눈썹부터 밀어야 요즘 사람 소리 들을 면상이란다.

(늦게 공부를 더 해대기 시작한 동생은 젊은 학생들과 학교를 다니더니 어느 날 눈썹 모양이 최신식 버전으로 변해서 돌아왔다. 보다 못한 여학생 한 명이 ‘언니, 요즘엔 눈썹 그렇게 안 그려요.’ 하더니 친절하게도 캠퍼스에서 눈썹 그리기 시연을 보이셨단다.)


그러나 날마다 눈썹을 그리는 일은 나에게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성실함을 요구하는 일.

결국 팔십 할아버지 눈썹처럼 길게 늘어진 것만 정리하고 온갖 잔소리를 듣고 말기로.


그런데,. 그렇게 짱구눈썹은 보존했으나 마음은 정리 안된 눈썹만큼 산란하다.

동생에게 겉모습과 일자리를 구하는 게 대체 무슨 관계냐 뻗댔지만 슬며시 거울 앞에 다시 섰다.

그래.. 세월 앞에 장사 있나. 건물도 낡으면 리 모델링하고, 물건도 고장 나면 고쳐 쓰는 법인데,

한창 시절 훌쩍 넘긴 나라고 별 수 있겠나.

우리 집 따님 말대로 다크 서클로 줄넘기를 뛰어도 될 판이고, 입 주변 팔자 주름은 선명을 넘어 물이 고이고도 남을 지경이다.

얼굴은 말이 ‘후덕’이지 참 잘 먹고 잘 지내는구나.. 싶고, 시선 따라 쭉 내려가면 척하고 겹쳐진 뭉텅이 살!. … 알차게도 모인 살들이 턱!!

 

‘그래. 살만 빼도 5년은 젊어 보인다는데, 그래도 빼면 좀 낫겠지?’


‘살과 중년 여성 일자리 획득의 상관관계’ 혹은 ‘살 빠짐이 일자리를 구하는 중년 여성의 심리적 안정감에 기여하는 바’가 있는지, 없는지, 어떤지 알 수 없으나 나는 바로 시작했다.

집에서 따라만 하면 바로 쭉쭉 빠진다는 카디오 프로그램 홈트!


첫날, 삐그덕 거린다. 가벼운 체조인데도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차다. 30분이 최선이다.


일주일, 삭신이 쑤신다. 말이 일주일이지 세 번째 홈트다. 하지만 이거라도 해야 할 것 만 같다.


보름 째, 홈트 다섯 번째, 스쿼트를 하고 올라오는 찰나.

갑자기 불편하다. 허리부터 엉덩이를 지나 뭔가 훅하고 지나가나 싶더니..

아.. 담!! 담에 걸렸다!


삐딱하게 뒤뚱뒤뚱

온 집안 진동하는 파스 냄새.

저주파 치료기를 달고 앉아 있자니 전기가 흐를 때마다 움찔움찔.


“그러니까 왜 안 하던 짓을 하세요. 걷기나 잘할까.. 슬슬 시동을 걸어야지, 너무 격하게 하더라.. 쯧쯧 쯧..”

 

안 그래도 아프고, 불편하고, 짜증이 치미는데 빈정 반, 조소 반, 무시 반.. 팍팍 섞인 남편의 말투!!


아.. …. 그런데.. 그러니까 말이다. ….

그래도 아픈 사람한테 약 올리는 건 아니다 한 마디 해주려니.. 이럴 때 대꾸하면 지는 거다.

 


강호의 고수는 때를 기다리는 법이지.

내, 살을 빼지 않고도, 요즘 눈썹을 하지 않고도 당당하게 일자리를 구하고야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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