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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MD Jun 22. 2020

[월간책방]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

Neither here nor there

한국에도 매니아 층이 있는 저널리스트 빌 브라이슨이 쓴 유럽 여행기입니다. 한국에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나 ‘발칙한’ 시리즈들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어렸을 때 ‘빌브라이슨의 발칙한 영어산책’이라는 책을 읽다가 지루해서 중도에 포기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이 책을 읽을까 말까 많이 망설였는데요. 안 읽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 할 정도로 시종 재밌게 읽었습니다.


여행을 좋아해서, 일 년에 한 번 이상은 꼭 여행을 했었는데, 올 해에는 어디든 여행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여행기를 읽고 싶어 지더라고요. 몇가지 여행기를 읽다가 이 책까지 오게됐는데, 아름다운 여행지의 풍경이나, 명소에 담긴 히스토리, 저자만의 여행 꿀팁, 이런거 기대하고 읽은 분들에게는 강력 비추입니다. 그런 얘기는 거의 없고, 시종일관 투덜거리기만 하거든요. 브뤼셀에 가서 들려주는 얘기라고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일본인 이야기, 느려터진 엘리베이터 뿐입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재밌고, 계속 읽게되는 이유는, 첫째, 저자의 글빨(?)이 어마어마하고, 둘째로 아는게 참 많아서, 생각지 못한 곳에서 신기한 배경지식이 막 튀어 나옵니다. 80명이 전쟁터에 나가서 81명이 돌아왔다는 리히텐슈타인 군대 얘기는 이 책 말고는 들을 데가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비판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앞뒤 눈치 안보고 시원하게 합니다. 독일,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면서 나치 이야기를 계속 합니다.


한 편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불편해할 수 있는 지점도 꽤 많습니다. PC(Political Correctness)를 고려하지 않고 써내려간 저자의 배짱인데요. 글을 쓴 시점이 90년대라는 점을 감안해도, 지금 관점에서 보면 위험하고 불편한 표현들이 꽤 많습니다. 읽으시다가 그런 부분들이 거슬린다면 과감히 읽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요즘은 PC를 지나치게 고려하다보니, 영화든 책이든 표현이 너무 경직되는 경우를 많이 봐서, 가끔 이렇게 막 지르는 책을 보면 (남일이라 그런지) 속 편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원제는 ‘Neither here nor there’인데요, ‘중요하지 않다’나 ‘상관없다’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네요. 전반적인 책의 뉘앙스로 보면 잘 맞는 제목이긴 한데, 한국어판 제목으로 하기에는 바로 와닿지가 않아서,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이라는 제목은 꽤 잘 지은 번역판 제목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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