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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MD Oct 27. 2020

[월간책방] Change 9

‘포노 사피엔스 코드’?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바쁜 현대 사회니까, 짧게 먼저 요약해보겠습니다.


“1-2 페이지면 충분할 내용을 무려 332페이지에 걸쳐 장황하게 반복 설명하고 있다

김난도 교수님의 자리를 위협할 분이 새로 나타났다

“SNS 커뮤니티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분에게 강력 추천한다"


책 읽을 때, 앞에서 아무리 실망을 해도 왠지 끝까지 다 읽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있습니다. 고치고 싶은 데 잘 안 고쳐집니다. 어려운 책은 혹시 뒷부분에 제가 이해할 만한 쉬운 개념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그렇고, 별로라고 생각한 책은 그래도 다 읽다 보면 건질만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그러면 앞부분에 대한 박한 평가가 저자한테 미안해서, 의무감에 끝까지 읽게 됩니다. (여러 번 해봤는데, 평균적으로 뒷부분에서 반전이 있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보통 앞부분 느낌이 쭉 끝까지 갑니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포노 사피엔스'라는 단어가 이상한데, 저자는 굉장히 이게 마음이 드신 모양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당히 많이 등장합니다. 보통 이런 책(그러니까 세상이 변할만한 큰 이슈가 있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등장해 베스트셀러가 되고 말아 저 같은 사람이 책 판매에 기여하게 되는 책)을 저는 별로 (물론 이번에도 사고 말았습니다만)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런 책을 사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어서입니다. 평소에 막연하게 생각했던 트렌드를 다른 사람의 입으로 한 번 더 확인하고, 요즘 유행하는 것들을 좀 더 구체적인 데이터에 비추어 살펴보고(요즘 핫하다는 그거 실제로 데이터가 어떤지 궁금해서가 제일 큰 이유입니다), 혹시나 내가 못 느낀 요즘 유행은 무엇인지 발견하는 것이 그 이유인데요. 이 책은 글쎄 그런 면도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끝까지 다 읽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점은 그래도 저자의 의도를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마치는 글에서 본인은 '이야기꾼'이며(썩 그렇게 재밌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심화된 분석적 정의보다는 메시지의 전달에 더 많은 무게를 두었다'(어쩐지)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잘못은 저자가 아니라, 출판사가 한 셈입니다. 책 표지에 "문명을 읽는 공학자 최재붕이 그리는 그다음 세계", 이렇게 분석적 느낌 나게 써놓으면 저 같은 독자가 설레서 사버리게 된단 말입니다.(아무튼 책 판매에는 도움이 될 것이므로, 성공한 셈이지만, 저자의 의도를 오해하게 되었으니 저자한테는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인터넷을 싫어해서 요즘 인터넷 세상이 어떤지 궁금한 분들은 일독을 권합니다.(브런치를 하실 정도면 그런 분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제목이나 화제성에 끌려 그래도 꼭 봐야겠다 하는 분들은 한 번만 더 참고 저자의 강연을 들으시는 게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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