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책방을 다섯줄로 적어보려는 사소한 시도입니다.
1. 50페이지 정도 읽었을 뿐인데, 벌써 싱글 몰트 위스키가 마시고 싶다. 한 번도 마셔본 적은 없다.
2. 코로나 끝나면 아일랜드에 가서 렌트카를 빌려 여행하고 싶다.
3. 싱글 몰트는 얼음에 차갑게 먹는 게 아니란다. 이제 알았다. (물에 섞어먹는 편이 맛있다고.)
4. 하루키의 여행기를 읽고 있노라면 지나간 나의 여행들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5. 좋은 술은 여행을 하지 않는 법이란다. 어쩐지 나파 밸리에서 먹은 와인 맛이 집에선 안나더라.
P.S. 이게 원래 일본어판 제목이고 올해 나온 한국어 개정판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원제목이, 그러니까 한국어 개정판 제목이 더 소설가 답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하루키가 책 제목을 저렇게 멋없게 짓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과거에는 - 가끔 요즘도 - 번역서 제목을 저렇게 재미없지만 한국에서 잘 팔릴 수 있도록 작가 이름을 넣어서 짓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국내 독자 수준을 너무 얕잡아 본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재미없는 제목의 2001년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을 읽었는데요. 뭐가 개정됐나 한참 찾아봤더니 역시 사진 9장이 추가된 정도였습니다. (아무것도 개정되지 않은 개정판을 내는 건 한국 출판계의 어떤 구조적 문제 같은 걸까요?) 사진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아내 무라카미 요오코가 찍은 것으로 아일레이 사진은 개인적으로 별 감흥이 없었고, 아일랜드 사진은 재밌었습니다. ‘이윽고 슬픈 외국어’에서 아내가 그렇게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했던 것 같은데, 과연 그렇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아일레이(Islay) 위스키 증류소 중 한 곳의 사진으로, 책에 실려있는 사진은 아닙니다.)
P.P.S. 다섯줄독후감이라고 해놓고(사실 원래는 세줄독후감이었습니다...) 이렇게 추신을 길게 적는 건 좀 창피한데, 어쨌든 독후감은 다섯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