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간MD Sep 01. 2020

[월간책방]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공간이 만든 공간 - 유현준

제목은 ‘공간이 만든 공간’이지만,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부제가 더 주제에 부합하는 제목입니다. (아마 저자가 건축가로 유명하다 보니, ‘공간’이라는 포인트를 살려야 판매가 좀 될 거라는 편집자의 의견이 들어간 게 아닐까 싶네요.) 저자 유현준 교수님의 책을 읽은 건 이번이 세 번째인데요. 기존 저서의 건축이라는 주제를 조금 더 확장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손이 잘 안 가는 책이었습니다. 건축이나 공간에 숨은 뒷얘기 같은 걸 기대하고 고른 책인데, 왠지 유발 하라리나 제레드 다이아몬드에 빙의된 듯한 도입이 살짝 거부감 들었거든요.


저자는 건축가로서 대중매체에 소개되어 왔지만, 다른 건축가와 달리 유명세를 타게 된 건, 재밌는 주제를 재밌게 말하는 스킬과, 기존 건축가와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건축을 볼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알쓸신잡에도 소개가 됐었고, 저자의 다른 책에도 나와있는 롯데월드타워의 높이와 시가총액을 비교해놓은 내용 같은 게 그런 것들이죠.


누군가는 이런 저자를 보고 ‘학자가 검증되지 않은 이론을 너무 확실한 것처럼 설명한다’는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저도 잠깐 그런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학자는 꼭 확실한 이야기만 해야 한다, 인터넷에 썰 푸는 수준의 주장을 학자가 해서는 안된다’는 식의 비판들이 새로운 사고 자체를 막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책에서 밝히듯 새로운 아이디어는 다양한 실험에 의해 탄생합니다. 비록 그것이 다소 부족한 근거에 기대고 있더라도, 새로운 시도가 많아질수록 사회는 더 다양해지고, 다양한 사회에서 생각이 융합되고, 융합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발전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터무니없는 의견 정도는 충분히 알아서 걸러낼 정도의 수준은 되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자동차 디자인에 사용되는 방식을 건축에 반영했습니다), ‘불국사의 석굴암’(동양의 건축 양식에, 서양의 양식을 조합했습니다.) 등은 다른 분야, 다른 문화의 기술을 받아들여 융합했기 때문에 가능한 창조물이었습니다.


기존의 사고나 과거의 성공에 사로잡힌 사회, 조직은 발전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꾸준히 받아들인 조직만이 성장하고 발전합니다. 최근에 제가 다니는 회사에 정말 끔찍한 위기극복 방안이 공표된 일이 있습니다. 대놓고 농업적 근면성을 강조하는 70, 80년대식 문제 해결방안이었는데요. (회사가 어려우니 솔선수범하여 일찍 출근하고, 점심시간을 30분 뒤로 늦춰 오전에 더 집중하고, 지난달보다 이번 달부터는 더 집중해서 일하고, 현장에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이런 적기에도 민망한 그런 당혹스러운 방안이었습니다.) 정말 너무 충격적이었는데, 다행히도 직원들 모두 비슷한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집단 성토가 시작되었는데, 최근에 이런 식의 반발은 처음이어서, 이번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좀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우리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혁신적인 조직으로 변모하게 될까요, 아니면 쇠퇴하는 조직의 전형적인 길을 걷게 될까요. 저자의 말로 이 글의 마무리를 할까 합니다.

모든 창조는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중략) 열린 마음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의 불완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전 06화 [월간책방]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