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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과장 May 30. 2023

청첩장 제공의 미학

초대와 축하의 염치에 대하여

금요일 5시 예식을 결정하면서 생각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평생의 인간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기회겠군. 결혼하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진심. 씁쓸하지만 청첩장이란 그런 녀석이다.


4. 청첩장과 축의금


이쯤에서 청첩장 제공 대상을 선별해야 하는 이유는 예식장 식대의 인원수를 정시기이기 때문이. 100인분, 200인분, 500인분. 예약에 앞서 내 인생의 관계 데이터 정리가 먼저이. 청첩장 제공 기준은 '무형의 관계'를 '유형의 자본'으로 끌어오는 이다.

하나. 청첩장을 주는 기준

: 누구에게 소식을 전할 것인가?


내가 준 건 맞는데 너무 오래된 일 아닐까? 40이 다 되어 결혼하니 별게 다 문제이다. 결혼 안 해도 그만이란 생각에 축의금은 축하로 끝냈는데, 내가 하니 다른 과제가 되었다.


고민하는 내게 수년전 결혼한 친구는 말했다. 청첩장은 수금용이 맞아. 난 아직도 그 리스트 봐. 시간이 얼마가 지났건 받았으면 주는 게 정상이고, 쌩까는 건 인간성의 부재란다. 친구가 이렇게 축의금 얘기 나올 때마다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퉁쳐진 기억 때문이다.


우리가 모일 때마다 '웃긴 X'이라고 회자되는 동기가 있다. 10여 년 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직업도 변변치 않은 어린 시절. 우리는 모두 그녀에게 10만 원씩 부조했었다. 그리고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진행된 내 친구의 결혼식.


먼저 결혼한 동기는 식장에 오지도 않은 것은 물론, 축하한다며 커피쿠폰으로 퉁 쳤다고 했다. 그녀는 돈 10만 원에 평생 우리 모임에 소환될 것 같다.


물가상승률 고려하지 않을게.

내가 주거나 갔으면 일단 보내기. 

연락이 뜸한 사이라도 축하했다면 모바일.


그리고 뜸한 관계에서 청첩장을 받으면 생각이란 걸 하자. 내가 받았었나?

둘. 온라인과 오프라인  

 : 누구를 만날 것인가?


청첩장은 모바일과 직접 주는 지류 카드 형태가 있다. 카드를 직접 준다는 건 최소 5~30만 원가량의 지출과 최소 4시간가량의 시간을 할애함을 의미한다. 시간은 유한하고 모든 사람을 다 만날 순 없다.


[절친] 꼭 만나서 줄 사람. 만날 인원과 그룹을 추리고, 몇 번의 모임을 기획하고 식사비를 내고 소식을 전한다. 드레스가 홀쭉하게 들어가야 할 배는 자꾸 술배로 차오르지만,  나이쯤되면 바쁜 와중에 나와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절친 레벨의 사람들은 전 직장 사람들 포함하여 99% 금요일 예식임에도 참석해 주었다. 평생 챙겨야 할 사람들 정리 끝.


[소식을 전하고 싶은 이] 오랜만에 소식을 전해도 이상하지 않을 편안한 사람들은 모바일로 보내도 반갑게 맞아준다. 10년여 년 전에 함께 일한 사이인데도 연차까지 쓰면서 와준 이도 있어 감동했다. 그간 뜸한 게 미안하기도 했다.


물론 난 내가 거나 예식에 간 사람들에게만 전했는데도 쌩까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과의 인연은 거기까지. 그냥 그러려니 하면 된다.


[직장관계] 현재 직장에서 나의 팀과 친한 사람 몇몇에게만 청첩장을 주었다. 평소에 말 한마디 제대로 나눈 적 없는 직원이 청첩장을 내미는 걸 제일 이상하게 생각했던 나잘 모르는 직원들에게는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셋. 답례 : 다시 돌려주기


축의금은 수익이 아니다. 앞으로 다시 돌려줄 값진 빚. 답례는 부득이 식사를 못하고 가거나, 10만 원 이상 축의금을 전달해 준 경우를 기준으로 했다. 특히 비혼이거나 딩크 등 앞으로 내가 공식적으로 축하할 일이 많지 않거나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축의금에 준하는 답례를 했다.


축의금엔 축하의 의미를 담자. 요즘 식대 인당 5만 원짜리 없다. 그 이상이다. 친한 친구는 자유롭게 하고. 장가서 식사할 거면 10만 원 이상. 식장에 안 갈 건데 조금 친하다 10만 원 이상. 식장에 안 가거나 식사 안 할 건데 별로 안 친하다 5만 원. 식장가서 식사하고 5만 원 두고두고 욕 먹는다.


식장가서 커플이나 가족이 식사하고 나오면서 5만 원 무개념이다. 우리 결혼식에도 그런 커플이 있었다. 돈 몇 푼에 제발 구질구질하게 살지 말자. 차라리 가지마.


받았으면 최소 받은 만큼은  +@ 마음

(먹었으면 먹은 인원수 × 최소 5) +  축하할 만큼 더하기

안 친하 안 내키면, 차라리 가지도 내지도 말자. 


합리적인 결혼 실무와 예산은 3편에서 계속.


by. 연애훈련대장, M과장


ps. 20대, 사회초년생이 이 글을 본다면, 남의 결혼식 너무 열심히 갈 필요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평생 볼 진짜 내 사람인지 먼저 판단하. 10년, 15년이 지나면 그 많은 사람과 연락이 안 될 때도 많다. 세월은 내가 짊어지고 갈 인연의 크기를 점점 가볍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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