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결혼준비 3편. 청첩장찍기 세 달 전, 행복한 웨딩 컷을 위해 우린 온 하루를 바쳐야 한다. 둘이 마주 보고 세상 어색하게 웃어보는 또 다른 경험이다.
5. 스냅 or 스튜디오 : 100~300만 원
꿀팁을 먼저 주자면, 사진 찍기 앞서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은 다이어트를할 필요가없다. 긴급히 굶어가며 3kg 빼는 건 사진에선 별로 티도 안 난다. 요샌 기술이 참 좋으니 안심하자.
날씬하고 싶으면 평소에 관리하고, 예쁜 신부를 위해선 본식 전에만 2주바짝 올인하면 된다. 풀떼기 먹으며 신경이 점점 예민해지는 여자친구에게 이 글을 보여주며 맛집에 가자.결혼 준비는 안 싸우는 게 미덕.
스튜디오 촬영은 웨딩플래너 연계로 본식 스냅까지 묶어서 괜찮은 퀄리티에 저렴하게 가능하다. 우리는 신랑의 강력한 니즈가 있어 제주도 스냅으로했다.이제부턴 제주도를 꽉 잡고 있는 메이크업 업체의 상술은 각오하는 게 좋다.
어차피 한 번 하는 장사라고 생각하는지추가금이 계속 붙는다. 사진에서 선택하라고 해놓고 꽃이 조금이라도 크면 얼마 추가, 드레스를 하나 더 입을 거면 얼마. 이 드레스는 인기 많은 거라서 추가. 브라 캡이 없으시군요, 구매하셔야겠죠? 추가.
처음부터 항목이 적힌 표를 주고 선택하면 좋을 텐데 예약하고 나서 계속 하나씩 불어나는 금액을 마주할 때면, 나를 호구로 아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사진 수정본도 2달 뒤에 준다. 더 빨리 받고 싶으면 돈을 내라고 해서 우린 기다렸다. 바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추가금을 내야 한다. 여러 과정을 거치고 나서 느낀 건, 제주도 스냅 처음 찍으러 온 우리는 호구가 맞다.
그래도 비용에 상관없다면 둘만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제주 스냅은 추천이다. 풍경이 아름답고, 계절마다 피는 꽃이 달라 간직할 만한 사진이 많다. 사진도 마음에 들었다. 다만 이 사진은 순전히 우리 만족이다. 청첩장에 들어간 사진은 아무도 관심 없다.
비용을 아끼고 싶다면 스튜디오도 건너뛰고 데이트 때 찍은 예쁜 사진으로 대체해도 괜찮을 것 같다. 늘 '인생의 한 번'이 발목을 잡는다.그냥 둘 중 한 사람이 꼭 하고 싶은 것으로 하자.
6. 예물 : 천차만별 최소 500 ~ 1000만 원
결혼반지는 유명 브랜드에 재고가 없을 수 있으니 결혼 결심과 동시에 바로 백화점이나 면세점부터 가보길 추천한다. 홈페이지에서 디자인 보고 가서 보여달라고 하면 좋고, 들어가는 게 어렵지 구매하고 나서 각인하는 건 2주면 한다. 반지만 해도 최소 500부터 시작.
신부도 마찬가지이지만 신랑도 예물 시계 로망 있는 사람 많다. 예산의 문제이겠지만 인생 한 번뿐이니, 이럴 때 신랑의 로망도 채워주는 방향으로 검토하면 좋다. 500 이상 추가.
시댁의 성향에 따라 예단, 예물은 우리 둘만의 결정이 아닐 수도 있다. 인사드리고 나서 원하시는 게 있는지 신랑통해 알아보는 게 좋다.뭐든 간소하게 하자는 둘의 의견을 반영하여 신랑 권한으로반지 외 모든예물, 폐백 등 많은 절차를 패스하기로 했다.돈이 걸린 문제는 신랑이 가르마를 타주는 게 좋은 것 같다.
7. 부케 : 10~20만 원
부케는 신랑과 양가 부모님의 부토니아를 포함한다. 전체 포함해서 웨딩플래너 소개한 업체 가격은 25만 원. 나는 그냥 자주가던 동네 꽃집에서 12만 원에 해결했다. 내 눈엔 꽃이 다 거기서 거기이고, 제주도에서 이미꽃으로 호구취급 당했던 경험이 있어 합리적인 가격으로 해결했다. 꽃집 사장님 실력은 알기에 저렴한 가격에 결과는 만족.
8. 혼주 한복, 정장, 메이크업 : 100~200만 원
의외의 복병 등장. 한복은 빌려도 한 사람당 최소 50~80 정도 든다. 구매해도 마찬가지. 어머니들도 그날의 주인공들이시기에 옷은 물론 메이크업도 해드려야 한다.
다행히 신랑과 나 모두 각자의 형제들이 있어서 부모님 케어를 부탁했다. 시누이, 언니의 메이크업, 옷, 형부 정장 등해드리는 조건.직계 가족 인원수 * 30~5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지만, 도와줄 형제들이 있는 건 복이다. 형제가 없거나 비용을 아낀다면, 신랑신부가 모시고 시댁과 친정 한복도 미리 맞춰드려야 한다.
9. 상견례
상견례는 혼담이 오고 가는 초반에 하는 게 보통이지만 언제 해도 상관은 없어 보인다. 다만 주의할 건, 상견례 자리에서 결혼의 예산이나 형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저 어쩜 이리 자식을 잘 키우셨어요, 덕담만 오가는 게 예의이다. 처음 본 자리에서 민감한 얘기 하다가는 기분만 상할 수 있다.
당일 식대는 축의금으로 지불 가능하지만, 진짜 최소로 해도 1.5~2천만 원가량의 비용이든다. 신혼여행은 별도. 인생에 가장 큰 금액을 쏟으며, 양가의 옷까지 챙기다 보면 결혼은 정말 둘이 하는 게 아니구나 싶다.
이제 우린 가족이잖아요.예식도 거의 못 보고 축의금 코너를 도맡아해 주던 시원시원한 셋째 시누이. 시골에서 올라온 시부모님을 며칠 째 챙겨준 둘째 시누이. 많은 사람의 축하와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완성한 결혼식인데 진짜 잘 살아야 한다.
결혼식을 마치고,나의 새로운가족모두의 번호는 가족 OOO으로 저장했다.
처음 보는 나를 반갑게 품어준 가족, 기꺼이 걸음해 준 친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이젠 진짜 둘 +@이다.
제가 더잘할게요,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게요.
by. 연애훈련대장, M과장
ps. 결혼 실무는 어느정도 마스터했고 돈도 지금까지 번 걸로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 하나, 나의 반쪽. [요즘 연애 시작법 3040] 복습하고 집을 나서자. 그게 누구든 우리 집 밖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