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듣는 순간, 그 동안 내 인생을 스쳐지나간 남자들을 머릿 속에 줄세워봤다. 마음 같아선 이 줄의 끝이 안 보이길 바라지만, 고개를 쳐들지 않아도 한 눈에 들어올 만큼 구남친의 데이터는 풍부하지 않다. 한번이라도 데이트 한 썸부터, 오가다 만난 살짝 호감의 양념을 쳐본 이름없는 남자까지 모두 끌어 모아보자.
키가 크다, 작다, 눈이 예쁘다, 상냥하다, 남자답다, 목소리가 좋다, 세심하다, 어깨가 넓다, 잘 생겼다, 똑똑하다, 손가락이 예쁘다, 피부가 좋다, 말을 잘 한다,살짝 사투리 말투가 있다, 웃는 모습이 예쁘다...
중요한 건 그들 중 누구 하나 공통점 없이 제 각각이라는 사실이다.
지금 당신의 빅데이터를 돌려보라. 스몰 데이터여도 괜찮다. (눈물 한 번 훔치고) 내게 의미가 있었을지 모를 어떤 커피 한잔을 타준 김칫국 선배까지, 영혼까지 끌어모아보자. 당시 '그 선배, 아무 마음 없음' 따윈 지금 중요한 건 아니다. 내가 이성적인 호감을 느낀 포인트만 먼저 보는 단계니까.
모아보면 희한하게도 각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좀 더 있다면 한번 적어보자. 내가 만나고 싶은 혹은 포기할 수 없는 요인은 무엇인지.
개인적인 취향으론 큰 키와 어깨와 팔뚝. 매력적인 목소리에 끌리는 편이지만, 키가 작아도 어좁이여도 목소리가 하이톤이어도 매력을 느끼고 잘 만난 사람들이 있다. 왜 일까? 당시 서로 호감을 느낀 상황과 그가 내게 접근한 방식이 모두 달랐기에, 나의 이상형과는 거리가 먼 남자들이 옹기종기 내 머릿속에 모여있는 것.
"어떤 여자 좋아해요?"
"글쎄요, 느낌?"
썸 단계에서 대답하기 제일 좋은 '애매한 정답', 느낌. 나중에 말 하겠지만 썸 단계의 누군가를 만난다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써 먹기 딱 좋은 대답이다. 굳이 처음부터 상대에게 나라는 인간의 정답을 미리 알려 줄 필요가 없다. 아리송할 수록 유리하다.
이상형은 변한다.
당신의 이상형은 지금 호감을 느낀 그 사람, 혹은 내가 만나고 있는 그 사람인 경우가 많다. 나의 절대 기준에 약간 모자라도 그의 어떤 다른 매력이 부족함을 채워주며 '전반적인 호감'이라는 걸 형성한다. 우리가 공략해야하는 건 바로 이것, 상대가 나를 이성으로 느끼는 그 '느낌적인 느낌'이다.
[M과장의 실전연애노트 : 이상형 알기]
[나 알기]
-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왜? 현실에서 장기용이 날 좋아할 확률은 0.000000000000001%의 확률이기 때문이다. (0이 너무 많아서 슬프다) 이상형은 TV로 보자.
-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도저히 참을 수 없는가'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나의 개인적인 '용인 불가값'을 말하자면 '종교, 뚱뚱, 탈모'이다.
- 이상형 = 세상 모든 이성 - 유부남녀 - 나만의 용인 불가값
[상대 알기]
- 자연스럽게 상대의 생물학적 끌림을 알아내는 방법은 '질문'이다. 늘 사람이전에 동물이라고 하지 않았나? 본능적으로 끌리는 지점은 분명 누구나 있다. 위의 대화처럼 대놓고 할 수도 있지만 정답을 적어둔 것처럼 이런 류의 애매한 대답을 듣는 경우가 더 많다.
- 본격 질문의 앞 뒤에 솔솔 가루 약을 쳐야한다. 한 두번 만난 사이 혹은 통화를 하게 된 초창기에 서로의 일반적인 기호를 단순히 묻는 자리에서! 무슨 커피 좋아하세요? 무슨 운동 좋아하나요? 여러가지 주제 중 하나로 좋아하는 연예인을 묻거나, 그동안 어떤 스타일의 이성을 만났었는지, 공통점이 있는지 가볍게 묻는 편이 좋다. 마치 아무렇지 않은 여러가지 기호 중에 하나 인양. 그리고 상대의 대답에 집중하라.
- 상대가 끌려하는 외적 유형을 내가 가지고 있다면 다음 만남에 그 부분을 극대화하자. 공통점? 없는 것 같은데, 살찐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류의 대답이라면, 오늘부터 다이어트 시작이다. 나만 아는 미미한 차이이겠지만. 혹 그녀가 정우성을 좋아하는데, 나의 특징 중 어느 것 하나도 부합하지 않는다 할 지라도 너무 실망하진 마라. 그녀가 TV속 그 남자를실제론 한번도 본 적 없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 외형적인 면 외에 다른 어떤 것에 매력을 느끼는지 후속질문을 던져보자. 당신의 공략 포인트는 바로 그것이다. 물론 후속 질문에서도 '느낌' 따위로 대답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흠... 그녀는 선수다. 상대에게 물음표를 던지는 기술을 배웠으면, 다음 번에 다른 상대에게 써 먹자.
- 남자 필수 시청 드라마 추천, WWW : 여자들이 대체 어떤 현실 로맨스를 원하는 지 알고 싶다면 필수시청. 물론 현실이 아니지만 흡사 현실처럼 구현해놨다. (이 드라마 작가와 PD가 좀 미친 것 같다. 좋은 의미로) 그 속의 장기용의 눈빛과 말투, 상황대처능력, 스킨십 스킬. 남자라면 불만을 꾹 참고 봐야할 '연애 필수 시청 드라마'이다. 여자들은 아직 안 봤다면 보지마라. 눈만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