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의 마법

썸쌈남, 연락오게 하는 법

by M과장

"아니..왜 연락이 없지?"

화가 치밀어오르는 건 오후 3시경이다. 오전 6시, 분명히 일어나서 머리를 감고 옷을 챙겨입고, 출근길에 핸드폰을 들여다보았을 것이다. 오전 9시, 팀원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업무를 시작했을 것이다. 낮 12시가 다 되어 함께 식사를 하고 분명 30여분의 시간이 남았으리라. 그리고 다시 1시경 업무시작. 그동안 화장실은 적어도 두 번이상 가지 않았을까. 이건 그저 나의 추측이다. [오늘 주제는 또 마삼오 언니들 편 (오빠, 동생들도 참고 가능)]


그의 수 많은 일상의 순간 속에 내게 톡을 보낼 단 5초의 시간은 없었던 걸까? 이 사람 나한테 관심 있는 것 맞나? (내 생각에) 분명 우리가 만나는 자리에선 서로 꽤나 호감이 있었고, 다음 만날 약속까지 잠정적으로 암시했다고 생각했는데 연락이 없다. 이건 뭘까?


소개팅이든 자만추든 애매모호한 썸 단계의 연락은 복잡미묘하고 아리송하다. 그게 또 썸의 매력이긴하지. 매번 매 상대마다 그 패턴이 다르다보니 미칠 노릇이다.


누구는 에스프레소를 좋아하고,

누구는 카푸치노를 좋아하듯,

연락은 개인의 기호이다.


어떤 이는 초반부터 연락을 자주하고, 혹자는 카톡을 선호하고, 어떤 남자는 단문으로 이모티콘도 없고, 누군가는 하루 한 번 생존신고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하는 건, 연락의 빈도가 그 사람의 마음의 크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35세를 넘긴 사람, 특히 남성은 연락엔 다소 무뚝뚝하지만 마음이 있는 경우도 상당히 있다. (왜 때문에?)


연락의 빈도와 품질 ≠ 상대가 나에게 가지는 관심과 애정의 크기


'나는 원래 그래'라고 하는 말은 연인 사이에서 가장 방어적이면서도 편한 대응책이다. '왜 연락이 적냐'는 물음에 가장 쉽고 빠르게 대답할 수 있는 문장이기도 하지만 가장 무책임한 말이기도 하다. 연락 역시 연인 사이라면 서로의 기호에 조금씩 맞춰주려고 하는 노력의 영역이다.


나 역시 어린 날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고 속상해하고 싸우기도 했다. 물론 그가 누구였는지 헷갈릴 정도로 오래 전의 일이다. 지금도 물론 호감가는 사람을 만나면 그가 궁금하고 연락하고 싶고 기다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왜 연락이 없냐?'는 물음과 투정 따위로 바뀔 위인이 아니다. 우리는 머리가 굉장히 커진, 그러나 청개구리 심보를 가진 성인이다.


연애는 장기전이다. 마라톤을 100미터 달리기하듯이 '마음의 전력질주'를 하면 상대든 나든 누구하나는 지치기 마련이다. 노력을 하되 강요하지 않는 것, 그리고 자연스럽게 하고 싶게 만드는 것. 그게 더 나은 방법이라고 깨달았을 뿐이다.


삼십+@년도의 세월동안 터득한 '나도 그도 덜 피곤한 연락법'을 공개한다.



[M과장의 실전연애노트 : 관심있는 사람과 연락 잘 하는 법]


1. 연락을 기다리지 마라. 그저 당신의 소소한 일상으로 얘깃거리를 채워가자 : 좋아하면 기다려지던데요? 응, 안다. 그래도 기다리지 마라. 연인이든 썸이든 하루 한번 생존신고면 충분하다는 마인드가 기본이 되어야 내가 편하다. 연락 하고 싶으면 지가 알아서 한다. 그저 너는 너의 일상을 살면 된다. 소소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일상이면 더 좋다.


늦은 오후, 그가 전화를 했다. "오늘 뭐 했어요? 뭐 먹었어요?" 인간이 살면서 하는 행동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가 늦게나마 당신의 별 다를 것 없을 일상을 묻는 건 그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증거이다. 그때 당신은 그저 오늘의 일상을 종알종알 이야기하면 된다.


당신의 일상은 그가 이제 막 시청하기 시작한 시트콤이다. 1화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주인공이 누워서 TV만 본다면 계속 보고 있겠는가? 마찬가지다. 그는 이번에 새로 런칭한 프로그램에 유입된 가장 중요하고도 유일한 시청자이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도 한잔 내리고, 간단한 요리도 해보고, 평소에 관심이 갔던 책도 찾아보고, 취미가 있으면 책상에 앉아 끄적여봐도 된다.


시트콤 작가지망생으로서 막상 내 작품을 쓰려고 보니 중요한 건 글발이 아닌 '소재 찾기'였다. 시청자는 그냥 어? 재밌구나! 싶지만 실제 재미있는 시트콤은 15~20분짜리 1편에 최소 2~3개이상 소재를 버무린다. 한 프로그램에 새끼 작가가 수십명. 소재가 고갈되면 종영이다. 얘깃거리가 풍부하면 재미와 흥미는 따라온다.


2. 카톡은 언어가 아닌 시각이다 : 카톡을 하면 티키타카가 유독 재미있는 사람이 있다. 연인이든 친구든. 비결은 사진이다. "잘 잤어요?"하는 문장보다 아침에 내리고 있는 커피 사진 한장을 보내는 게 더 생동감있다.


어딜 가거나 맛있는 걸 먹을 때 당신의 일상을 사진으로 공유하면 시청자는 더 흥미로워한다. 당신의 손끝이 살짝 출연하면 더 좋다. 당신이 어필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그와 관련된 사진을 보내도 된다. 요리를 곧잘 한다면 직접 만든 음식사진을, 평소 가고 싶었던 곳이 있으면 그 곳의 사진을. 썸 탈때 당신의 장점과 기호를 최대한 많이 공유해놓으면, 그와 연인이 되어도 할 거리가 많아진다.


"다음에~ 같이~"는 참 설레는 단어이다. 우리 다음에 여기 한번 가 볼까요? 이거 엄청 맛있대요. 다음에 같이 가볼까요? 설령 그와 다음에 그걸 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던져보자. 난 여기 갈건데 너도 같이 갈래? 계속 재밌는 걸 같이 하고 싶으면, 나랑 계속 만나든가.



3. 전화는 ASMR이다 : "이번 정차역은 OO입니다.", "잔액이 부족합니다.", "삑~~", "기사님, 여기서 내릴게요." 남친 여친 롤플레이 ASMR처럼, 주변 효과음과 함께 들리는 당신의 이야기는 꽤 재미있는 오디오물이 되기도 한다. 전화에선 시청자가 청취자로 바뀐다.


어딘가로 이동하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통화하는 것과 침대에 누워서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것은 또 다른 텐션이다. 자기 전 전화는 여느 성우 부럽지 않은 감성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당췌 감이 안 온다면 유인나님 라디오 (이언니 82년생, 올해로 마흔인데 엄청 사랑스럽), 목소리 유튜버 임한올님을 추천한다. 엄청난 미모는 아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듣고 있으면 예뻐보이기까지 한다. 당신도 작게 말하면 얼추 할 수 있다. 조곤조곤.


위의 세 가지 항목의 미션은 결국 하나다. 재밌다. 또 연락하고 싶다.



4. 만남을 망치면 연락은 없다 : 왜 연락이 없을까? 고민하기 전에 당신과 그의 앞선 만남을 냉정하게 평가해보라. 메타인지. 보통은 주선자의 얼굴도 있고, 회사에서 보는 사이라면 서로의 체면도 있기 때문에 만남의 자리에서 비호감을 직접 표현하진 않는다. 그래도 상대가 내게 '극호감'이었는가 정도는 느낄 수 있는, 우린 육감을 가진 여성 인간이지 않는가? 모르면 바보다. 곰탱아, 마늘먹고 동굴에서 더 수련하도록.


연락이 없다 = 연락할 정도는 아니다

(신에게 하지 았다)


사실 만남에서 호감이었으면 연락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이런 브런치 글 나부랭이를 찾아볼 일도 아니다. 이미 아침부터 그에게 카톡이 와 있을 것이고, 알아서 지가 살아있음을 하루 한 번이상, 아니 세네번 넘게 신고하고 있을 것이다. (상대에게 마음 있으면 '나의 원래 습성' 따위는 따지지 말고 자주 연락해라, 당신은 마삼오 대원이다.)


"왜 나한테 생존신고해요?" "아! 글쎄요?" 이 물음으로 당신이 할 일은 끝났다. 최근에 나에게 유독 자주 연락하는 자가 있다면, 그에게 '너 왜 그러고 있니?' 한번 짚어만 주면 된다. 상대도 자기도 모르게 하고 있는 연락의 의미를 찾으면서 내가 이 여자를 마음에 들어하고 있구나 느끼게 된다. 우린 아직 썸이니까. 츙이 같은 상대방의 마음 상태는 스스로도 모를 수도 있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 소개팅녀들을 저울질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보쇼, 딱 정신차리고 이제 한 군데만 신고하지?


스스로 생각하고 싶은대로 해석하지 말고, 그와의 '방금 전 만남'을 천천히 리와인드해보자. 이미 1번에서 약 3번까지 따로 단 둘이 만났음에도 그의 흥미를 끌어내지 못했다면, 사실 이 전투의 승리의 희망은 거의 제로이다.


미션, 다음에 다시 한번 더 보고 싶은 여자. 무응답이라면 당신의 매력을 모르는 그 무지랭이 같은 자는 포기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우리나라를 지키는 신체건강한 남성만 63만명이다. 여전히 세대별로 63만명이상 존재하고 있다는 말. 세상에 남자는 많다.


by. 요즘 연애 시작법, M과장


ps. 제 글이 널리 알려지면 앞으로 나는 추가 썸을 더 못 타는 것 아닌가? 살짝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망상ㅋ 비법은 여기 모두 내려놓고 저는 썸을 졸업해야겠죠? 구독 + 좋아요 +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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