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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香百里 人香萬里

글 쓰는 행복

by 명선우

글쓰기 강의를 들으러 간다. 지도 작가는 ‘작가는 무엇으로 글을 쓰는가?’ 물었다. 순간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났고 난 모기만 한 소리로 “추억”이라고 답했다. 지도 작가는 ’ 소양(素養)’이라 했다.

아! 그게 뭔가 나를 깊게 찌르듯 관통하며 지나가는 말 같았다. 이제껏 나는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것을 배우고 깨우쳤는가? 그리고 그 소양으로 나 외 다른 이들과 나누고픈 이야기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이 마음속에서 쏟아져 나왔다.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았다. ‘나는 어떤 소양을 쌓으며 살아온 인생인가?’


내 경험 속에서 타인과 나눌 이야기를 찾아보니, 사람은 참으로 다양하고 엄청난 존재임을 알려주고 싶었다. 꽃향기가 백 리를 간다면,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고 했던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냉소적으로 바뀌고 직접 부딪치길 꺼려하는가? 그들에게 아직도 세상 곳곳에 스며든 사람들의 따뜻함을 전하고 싶다. 또한 내가 두려움과 마주하며 용기 낸 도전 속에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인연을 말해주고 싶었다.


내 삶 속에서의 커다란 전환점은 늘 ‘사람’이었다. 내게는 사람의 옷을 입고 스승으로 다가왔다.

가슴 설레는 연인의 모습으로 다가와 자기들이 좋아하는 음악 이야기를 해주며 나를 음악의 세계로 이끌었다. 또 다른 연인으로 소설가 지망생을 만나 서로 필력을 자랑하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글을 쓰는 매력’과 상대의 글에서 ‘숨겨진 정서’를 발견하는 집중력을 키워주었다. 어떤 ‘영화광’을 만나서는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영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숨은 명작도 알게 되는 도움을 받았다.

결국 그 모든 지식들은 내가 현재 살아가는데 소중한 소양으로 작용했다.


내 삶이 가장 어렵고 힘들었을 땐 주변의 사람들도 비린내와 누린내가 진동하는 사람들뿐이었다. 송사에 휘말리고 경찰서를 왔다 갔다 하고 쌍욕과 폭력이 난무하는 그런 험한 일이 지나고 나서야 진정한 만남과 인연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내가 작은 주얼리샵을 경영하며 도매 업체들 간의 결제 문제와 나를 밀어주겠다 약속했던 딜러들의 등돌림과 말바꿈, 사장의 자리에서 매장을 접고 다시 직원으로 시작하는 과정에서의 힘든 여정으로

깨달았다. 사람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느냐에 따라 내 안의 냄새도, 내 안의 향기도 달라진다는 것을.


글을 쓰는 것의 힘! 그것은 스스로를 돌아보게도 하지만 자신 안의 향기를 발산하는 기회도 된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고 함께 울어주며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글을 쓰는 이 사람은 정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며 위로받고 응원하는 독자를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순간 내 향기가 만 리를 건너 누군가의 마음에 닿게 되는 것이다.


지금 나의 소양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내 주변을 둘러싼 아름다운 온기를 품은 사람들로 둘러싸여 나 역시도 향기를 내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여행지에서의 우연한 만남, 구도 수행 속 도반들의 삶, 스승들의 선지식과 지금 글쓰기 교실에서 만나는 인연들. 학벌로는 감히 가까이할 수 없을 분들과 글을 나누고 이야기를 듣고 진심 어린 응원도 받는 사이가 됐다.

글쓰기 교실에서 만난 한 분은 일흔이 넘으셨지만 손녀를 관찰하며 특유의 섬세한 감성을 녹이신다. 또 다른 분은 평범한 일상 속 작은 순간들을 포착해 시로 빚어내시며, 내게 관찰의 깊이를 가르쳐주신다. 또 출간을 앞둔 예비 작가님과 지도 작가님의 의견 나눔도 깊은 성찰을 준다. 어떤 험악한 상황에서도 절대 욕은 하지 않으며, 음성은 격앙되었을지언정 존중은 잃지 않으며, 승패에 상관없이 페어플레이는 하시는 분들의 말씀 나누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만큼 잘 살아낸 그분들의 인품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인간관계 집단이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고 한 시인의 말이 생각난다. 글에는 사람이 배어져 있어, 그 사람만의 고유한 향기가 난다.

거짓은 티가 나고, 허세도 티가 나고, 미숙함도, 교활함도 희한하게 다 드러난다. 그러기에 내가 다가가고 친해지고 거리를 두고의 판단이 아주 편해지는 안전한 사회적 모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서서히 나를 드러내며 난 안도감을 느낀다. 매주 고해성사를 하듯, 나와 내 삶에 대해 스스로 반성문을 쓰는 느낌이다.


작은 에피소드에도 삶의 어느 부분을 섬세히 들여다보는 사람들을 보며 아직은 살아볼 만한 세상임을 잊지 않게 된다. 그분들의 깊이는 꽃향기보다 진하고 오래가서, 만 리를 건너도 그 감동이 사라지지 않는다.

비린내와 누린내를 닦아낸 내 저 밑바닥의 향기로움을 드러내는 것은 주변의 좋은 향기에 물들고 저마다의 깊이에 취해 그윽해져서 그리 되는 것이 아닐까?

花香百里라면, 人香은 정말 萬里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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