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면

오천원으로 행복했던 어느 날 이야기

by 꾹이누나

비글 꾹이와 함께 갈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제약이 많고 다채롭지 못하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같이 나서는 동네 산책 반경을 넘자니 이동부터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금이나마 멀리 나서자면 결국 차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데 반려견이 훈련이 잘된 매너 있고 차분한 강아지라면 자동차로 조금은 수월하겠지만 우리 집 15kg 비글에게 차는 너무나도 신나고 흥분되는 좁은 공간일 뿐. 여기에 틈틈이 흩날리는 단모종의 털은 보너스. 그리하여 우리 집 식구들에게 꾹이와의 장거리 여행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뿐인가.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꾹이가 어디를 가도 집중력 바닥에 둘째 누나만 쫒아다니는 분리불안 사고뭉치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반려견은 어린아이와도 같아서 반려견과 함께하는 여행은 변수가 가득하다지만, 우리의 장거리 여행은 매번 변수로만! 오직 변수로만! 채워져 개도 지치고 사람도 지치는 극한의 상황으로 치닿곤 했다.


어느 바닷가, 이날도 물 닦는 순간까지 환장이라 조금 혼난 상태.


애견카페, 반려견 놀이터도 사실상 불가. 고작 3kg 남짓한 초소형 포메라니안을 보고도 무서워서 빙 둘러가고 급기야 오줌까지 '지리는' 사회성 없는 외동 강아지 꾹이에게 다른 강아지가 많은 곳은 지옥이나 다름없다. 꾹이의 성격 탓도 있겠지만 사회성 훈련에 실패한 우리 가족의 탓도 있어 미안한 마음에 근교에 있는 너른 공원을 주구장창 찾아다니기를 몇 년, 우리에게 한줄기 햇살 같은 장소가 등장했다. 바로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그것도 반려견마다 독립된 공간이 주어지는 카페란다!

Shut up and take my money, 당장 그곳으로 향했다.


야외에 독립된 테이블+개폐 가능한 문이 있다!


커피와 빵을 파는 모습은 여느 카페와 다르지 않았지만 반려견을 동반할 경우 야외 자리에 앉는다는 전제하에 출입이 가능한 곳이었다. 반려견 동반시 반려견 입장료 (5,000원)을 받고 있었는데 결제시 반려견용 우유나 과자가 제공되어 사실상 조금의 자리값과 간식을 받는 셈. 일반 카페에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곳이라 커피와 빵도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무엇보다도 이곳이 꾹이에게 안성맞춤인 건 테이블마다 다른 강아지들과의 접촉이 차단된 문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 개가 민폐가 되지 않도록 우리만의 작은 공간에서 편히 쉴 수 있다니, 물론 꾹이는 끊임없이 미친개 본능을 내뿜으며 돌아다녔지만, 돈이 좋긴 좋구나 생각이 들었다.


신난 꾹(사실 화장실간 둘째누나를 미친듯이 기다리는 중)
행복한 강아지 꾹
개붕어빵과 훔쳐먹은 누나들 빵이 너무 맛있는 꾹


위에 말한 꾹이 성향도 있고 견주인 우리 집 식구들(물론 본인 제외)도 주로 유난 떨기보다는 집이나 가까운 데서 맛있는 음식이나 먹자는 스타일이라 꾹이를 데리고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한 적이 많지 않다. 하지만 반려견이 늘어나고 반려동물 산업도 점점 팽창하는 요즈음, 이전보다 반려견과 즐길거리가 더 늘어난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애견카페가 나왔을 때의 생경함도 엊그제, 이제는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일반 카페의 수도 많아지고 있다. 물론 반려견이 일상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온 만큼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이들을 위해 견주들의 펫티켓 수준도 함께 올라가야 하겠지만 말이다.


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반려견과 소소하지만 즐거운 추억 하나를 더 쌓아간다. 지랄견 꾹아, 앞으로도 더 재미있는 추억 많이 만들어보자! 근데 커피는 내가 샀어 둘째 누나 아니고..!


너무 사랑하는 둘째누나(왼쪽)과 별관심없는 큰누나(오른쪽)
나는 행복한 게 제일 좋은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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