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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꾹이누나 Jun 15. 2018

귀가 길어 슬픈 짐승이여

단발머리 곱게 빗은 그 비글


어느날부터인가 꾹이의 뒷모습에서 단발머리 꼬마가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산책길에 신이 나서 깡충깡충 뛰어가는 그의 뒷모습에서 아름답게 펄럭이는 그것, 바로 길고 아름다운 귀였다!


새초롬

나부끼는 머리칼, 아니 귀


실은 귀가 긴 견종을 이야기 할 때는 '바셋하운드' 를 빼놓을 수 없다. 언젠가 한 번쯤 본 적 있는 그 신발광고에서 땅에 끌리는 귀를 자랑하는 바로 그 견종이다. 비글 역시 바셋하운드만큼은 아니지만 길고 처진 귀를 자랑한다.

(TMI로 바셋하운드와 비글 두 견종 모두 비슷한 외모에 사냥개 출신이지만 바셋하운드는 프랑스, 비글은 영국이 고향이다.)


단발머리처럼 '찰랑찰랑' 풀럭거리는 귀의 매력이 폭발하는 순간은 그가 달릴 때 그리고 차에 탔을 때다. 특히 꾹이의 경우 차에 타면 창 밖을 보고싶어(aka 냄새맡고 싶어)하는데 창문을 살짝 열어주면 귀가 풀럭풀럭 나부끼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


ㄴr는 ㄱr끔 창 밖을 즐긴ㄷr..


또 가끔 초흥분상태에 돌입하거나 힘차게 달려와 코 앞에 앉을 때면 긴 귀가 뒤로 젖혀지기도 한다. 주로 우리가 무언가 먹으려고 부시럭거릴 때인데 꼭 한쪽 귀만 휙 젖혀져 조용히 '귀 매무새'를 고쳐드리기도 한다.


고갱님 귀가 젖혀지셨네요^^

덮혀진 귀는 열어드려야죠


뒷모습은 영락없이 단발머리 꼬마애처럼 귀엽지만, 길고 축 처진 귀는 관리하기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습기가 잘 차기 때문에 냄새가 나기 쉽고, 염증이 잘 생기기도 한다. 특히 반려인이 가장 두려워 하는 그것!!! 진드기(=극혐)가 귀 밑에 조용히 숨어있기도 한다. 그래서 귀를 자주 열어 확인하고 주기적인 귓청소도 필수다.


집사야 내 귀 좀 봐봐라

꾹이도 가끔 귀가 간지러운지 소파에 요란스레 귀를 비비는 것으로 우리에게 경고한다. 작년에는 꾹이가 하도 소파에 귀를 비비길래 처음에는 발랄미가 또 흘러넘치는구나 했는데, 귀를 열어보니 갈색 귀지 같은 이물질이 가득한 것이었다! 깜짝 놀라 병원에 달려갔는데 오리고기 사료가 맞지 않아 알러지 반응으로 귓병이 생긴 것이라고. 그때 생긴 귓병을 관리하느라 애 좀 먹었다. 개도, 사람도!
 

이불을 앙 물고 잠을 자는 것을 일명 쭙쭙이라고 합니다


그때부터인지 나는 내 침대서 이불을 물고 쭙쭙이를 하는 꾹이의 귀를 열어주곤 한다. 이른바 통풍개념인데 또 귓 속에 보송보송하게 난 솜털이 너무 귀여워 후- 바람을 불면 잠결에 개님이 몸을 부르르 떤다.


어휴,
이 맛에 비글 키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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