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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꾹이누나 Jun 10. 2018

문제는 식탐입니다만

번지수 잘 찾아오셨습니다 개님

너네 집에 가면 쥐새끼도 살찐다!

우리 다섯 식구 모두 엄청난 식탐을 자랑하며, 우리 집에 며칠 놀러온 친척들은 주는대로 먹었다가 소화제를 찾거나 눈에 띄게 살이 불어서 돌아간다. 하물며 잠깐 키웠던 햄스터도 뒤룩뒤룩 살이 쪘었으니 우리집 문턱만 넘으면 쥐새끼도 살이 찐다는 이야기가 괜한 소리가 아니다.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작은 꾹이가 어렸을 때, 그러니깐 한 살짜리 개린이 였을 때는 몸집이 작아 음식을 먹으면 배가 빵빵하게 불렀다. 그래서 그가 밥을 먹었는지, 혹 뭘 훔쳐 먹었는지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때는 밥먹으면 티도 나고 그랬습니다!

꾹이가 점점 자라 성견이 되자 몸집도 커지고 길이도 길어져서 밥을 먹어도 아기처럼 배가 빵빵해지지 않게 되었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개가 도대체 밥을 먹은 것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는 것이었다!


개 맞아요 돼지 아니구요

꾹이 밥 먹었어 안 먹었어?


대답없는 메아리라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꾹이에게 각자의 톤으로 다섯 번을 물었고, 꾹이는 그럴 때마다 '밥'이라는 단어를 알아들은 것 마냥 쪼르르 앉아서 고개를 갸우뚱 하고 기다리는 것이었다.

"어머 우리 개새끼 배고팠나봐"

"아 걔 밥 먹었다고!"

"나는 얘가 배고파보여서 그랬지!"

우리의 갈등은 아는 지 모르는 지, 꾹이는 한 끼에 몇 번씩 사료를 받아먹으며 무럭무럭 살이 오르기 시작했다.


한입만 주라
네!!! 한입만 찬스 쓰겠습니다!!


피아노 위의 초콜렛, 전 날 시켜먹고 남은 치킨 등 먹어야 할 음식과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의 구분 따위는 없었다. 꾹이는 인간이 한 눈을 판 사이 보이는 족족 먹어치웠고, 급기야는 놀이용 플라스틱 공은 물론, 플라스틱 개밥그릇까지 씹어먹기 시작했다.


변명같긴한데 실제로 식탐이 없는 비글이 존재한다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전국에 거주하는 반려인의 마이너리티, 비글 견주님들의 인스타에는 하루에도 몇 건씩 <우리 개가 이것까지도 먹었다!>는 제보가 속출한다.



너네도 다이어트 실패하잖아


꾹이가 15키로에 육박하자 우리는 그의 다이어트를 '대신' 결심했다. 하지만 본인들도 몇 년 째 다이어트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주제에 반려견 다이어트라니, 지나가는 개(=꾹)가 웃겠다! 부시럭 소리가 나거나 입에 무언가를 넣기만 하면 달려와 코 앞에 자리를 잡고 침을 뚝뚝 흘리고, 몸을 벌벌 떨고, 급기야는 내 다리에 제 턱을 괴고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한 어린아이처럼 올려다 보는데 한 입 줄 수 밖에!!!


빈봉지라도 다시 봅디다


그래서 다이어트는 오늘도 진행중이다. 개랑 사람 둘 다 말이다. 비글을 반려견으로 함께 한다는 건 지랄미로 대변되는 저지레와의 전쟁 대신 실은 엄청난 식탐과의 싸움이다. 결정적으로 이 싸움의 승자가 거의 대부분 비글이라는 사실.

고로 나는 매일 포기하는 법을 배운다.

뭘 포기하냐고?
내가 다음 날 먹으려고 남겨둔 내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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