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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꾹이누나 Jun 08. 2018

대한민국에서 비글을 키운다는 것

지랄견, 3대 악마견, 혹은 그냥 강아지

비글? 그 지랄견? 감당이 돼?
어쩌다 보니...

내가 비글을 키운다는 사실을 '커밍아웃'하면 백이면 백 같은 반응이 들려온다. 그도 그럴것이 잊을만 하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오는 [3대 악마견.jpg] 게시글의 화려한 피날레는 언제나 비글이기 때문이다. 얌전하고 순한 반려견을 키우는 것도 힘든 마당에 지랄맞고 온갖 말썽은 골라서 부린다는 트러블메이커를 키운다니, 지인들의 걱정어린 시선이 쏟아진다.


그러나 삶의 모든 순간 평범과는 거리가 멀었던, 이른바 시트콤 인생의 주인공과 같은 나였기에 나와 찰떡같이 어울리는 비글을 만나 어쩌다보니 2년을 넘게 동거중이다. 온갖 부정적인 수식어로 점철된 견종과 함께하며 증오와 부정, 해탈의 단계를 넘어서 이제 겨우 평화공존의 상태를 유지하게 된 요즈음, 나는 비글의 매력에 푹 빠져서 급기야 비글일기를 연재하기에 이르렀다.

그것도 전지적 비글(견주)시점에서 말이다!


하긴, 평화공존이 작금의 트렌드니깐 그 여파가 우리집까지 끼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겠다!


첫 만남

사건의 발단은 남동생이었다. 가족 구성원끼리 워낙 데면데면한 사이인데, 동생녀석이 어디서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 인간의 정서에 좋다는 소리를 주워들은 것이다. 또 마침 강아지 이야기를 꺼낸 날 엄마가 입고 있던 옷에 닥스훈트 한 마리가 수 놓아져 있었다.

엄마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생긴 놈이면 데리고 와보라'고 하셨고, 동생은 그날 밤 인터넷을 뒤져 제 예산 30만원에 구할 수 있는 강아지를 찾아 다음 날 전주로 떠났다. 그리고 2016년 발렌타인 데이, 태어난 지 딱 2개월 된 강아지 한 마리를 데려왔다. 물론 주둥이만 닥스훈트랑 비슷한, 그러나 생긴 건 옷에 그려진 그 것과는 아주 다른 비글로 말이다!


꾹이는 이렇게 작았다!!


그의 이름은 꾹

데리고 오라고 해서 진짜 데리고 올 줄은 몰랐지 그 미친놈(!), 지금도 엄마는 그날을 이렇게 회상한다. 덜컥 우리집에 와버린 이 작은 생명체에게 우리는 이름을 지어주어야 했다.

" 꾹이 어때?"

아버지 성함 끝 자가 국인데 이를 따와 꾹이로 이름 짓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큰꾹, 꾹이는 작은 꾹으로 '꾹이의 전성시대'가 시작되었다.


당시 나는 해외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강아지는 물론 모든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키우는 건 더더욱 상상도 해보지 않았던 터라 극구 반대했다. 그러나 사진 속 작은 생명체는, 저 영리한 생명체는 본능처럼 우리 가족의 서열구도를 파악한 것이 분명하다. 작은 꾹이는 잠잘 때마다 부모님의 바지단 속에 기어들어가서 잠을 잤고, 그렇게 태평양 너머 강아지 반대를 외치는 1인의 목소리는 아주 쉽게 잊혀져갔다...


2015년 12월 14일에 전주서 태어난 비글 한 마리는 2016년 2월 14일에 우리집에 와 '정 꾹'이라 이름 붙여졌고, 그 해 5월 자신만큼이나 범상치 않은 큰누나인 나를 만났다.


꾹이는 나를 만난 첫 날, 외국서 가져온 대형 핸드크림 외 말랑말랑한 내 물건 일체에 제 이빨자국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 것도 아주 선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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