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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꾹이누나 Jun 26. 2018

강아지 키우는 죄인

대형 아니고 소형 아니고 중형견

우리 개는 안 물어요..?

목줄&배변봉투 콤보는 필수입니다요!

짐승이네 짐승


하루는 꾹이와 산책을 하던 길이었다. 도서관 옆 좁은 인도였는데 마침 한 분이 저 멀리서 자전거를 타고 오고 있었다. 일반화하긴 섣부르지만 대부분의 강아지는 달리는 자전거나 오토바이에 반응하는 데, 평소 잘 짖지도 않는 꾹이가 거기서 자전거를 보고 왈- 짖은 게 화근이었다. 중년의 자전거 주인은 그 자리서 자전거를 세우고 나와 내 동생, 그리고 꾹이에게 쌍시옷으로 시작하는 욕을 한참이나 쏟아붓고 나서야 그 자리를 떠났다. 인도에서, 그것도 사람 둘이 겨우 지날 정도의 좁은 길 위에서 자전거를 타도 되는 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우리는 강아지를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단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또 하루는 리드줄을 하고 공원으로 향하던 중이었는데 강아지를 싫어하시는 것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고래고래 소리를 치시며 "목줄을 하고 다녀야 할 거 아니야!"라고 핀잔을 주셨다. 마치 꾹이의 목에 둘려진, 내 손에 쥐어진 목줄은 투명으로 보이지 않는 것 마냥. 그렇게 또 우리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한 채 이름모를 행인의 화를 견뎌야 했다.


엘리베이터에서는 앉아서 기다려욤(시켜야 앉음 주의)
신호도 앉아서 기다려욤 (누나도 같이 앉음 주의)

도전, 욕설을 견뎌라!


나 역시 반려견을 키우지 않았던 적이 있으니깐 누군가는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꾹이와 함께 걷다가도 보행자가 지나가면 끈을 당겨 바투잡고, 강아지가 무섭다 하시는 분들이 있으면 멀리 피해드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도 강아지를 무서워 하시거나 사람이 많은 경우 다음을 기다리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웬만하면 개를 안고 탄다. 그러나 가끔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삿대질과 욕설에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가게 밖에서 얌전히 기다려욤

중형견이라 죄송합니다


비약으로 들릴 지는 모르겠지만 비글이어서 더한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본다. 순둥순둥하게 생긴 리트리버같은 대형견도 아니고, 인형같이 귀여운 포메라니안같은 소형견도 아닌, 크지도 그러나 작지도 않은 중형견이니깐. 비글 견주의 눈에는 한없이 작고, 바보같고, 귀여운 강아지일 뿐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의 눈에는 마냥 귀여워하기엔 너무 큰 짐승, 게다가 지랄맞다고 소문난 견종일 뿐이니깐.


개를 키우지 않는 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 이따금 들려오는 반려견 관련 인명사고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개에 물려 목숨까지 잃는 마당에 길에 강아지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규칙이 존재한다.  반려견 산책 시에는 목줄과 배변봉투를 필수로 지참하고, 목줄의 길이 역시 조절한다. 또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오면 일부로 돌아가기도 하고 기다렸다가 길을 나서기도 한다. 산책길에 만나는 일부 대형견 역시 입마개를 한 경우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좀 크긴 큽니다, 특히 옹동이 *_*

강아지 키우는 죄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인과 반려견에게 쏟아지는 무차별적인 욕설과 비난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나의 경우 정말 강아지 키우는 죄인이라는 마음으로 욕설을 다 참고 말지만 (=쫄보라서 참는 게 크지만) 그날 산책길에서의 찝찝함은 지울 수 없다. 또 그럴 때마다 왜 반려인만 이해와 양보를 강요받는지 이해해 보고자 곱씹고 또 곱씹어본다.


시행착오는 언제나 있는 법이니깐!


오랜 시간 동안 캐나다서 거주하면서 길에서, 공원에서, 캠퍼스에서 그리고 카페 파티오에서 수 많은 반려견을 보았던 순간들이 생각난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장면들은 너무도 일상적이여서 특별하게 기억되지도 않는다. 말 그대로 짝이 되는 동무라는 뜻의 반려(伴侶), 그 뿐이었다.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강아지에 대한 시선은 예뻐서 기르는 '애완견'에서 함께 사는 '반려견'으로 천천히 바뀌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반려인은 강아지를 선택한 책임과 의무를 다 하고, 그렇지 않은 이들 역시 이들의 선택을 존중해 주는 것으로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가야 한다. 


남과 북, 미국과 북한도 만나는 마당에,

반려인과 비 반려인이라고
다를 게 뭐 있겠나!


누나야 오늘도 말이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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