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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숙녀 Oct 29. 2021

돈 없는 친구가 돈 많은 친구를 위로하는 방법

비보다. 친구의 7년 연애가 끝났다.


서른부터 서른여섯까지, 한 손으론 꼽을 수도 없는 시간을 함께 한 사람과 헤어졌다. 잘 지내라는 말로 둘의 마지막을 보듬고 서로의 앞으로를 밝혔단다. 7년이 참 심플도 하다.


친구 마음을 헤아려봤다. 대충 숲은 그렸는데,

그 안에 빼곡히 또는 성글게 심어진 나무까진 그리지 못했다. 이 땅 위 모든 연애와 이별이 닮았다한들 본인 연애가 아닌 이상 알 수 없는 법. 같은 연애를 한 남녀도 둘 만남에 다른 정의를 내리는 마당에, 하물며 주변인인 내가 어찌 그 속을 다 알 수 있을까.


다 준 줄 알았는데 어딘가 숨어있던 남은 사랑이 꾸역꾸역 올라와 고달플지, 7년 연애와 서른여섯 나이를 되새기며 지금 이별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부대낄지.


나도 헤어졌으니, 또 늘 헤어질 준비를 하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니 친구 마음을 잘 알겠다가도, 또 그래서 모르겠다. 해서 아직까지 변변한 위로도 못 해줬다. 어디 위로가 되는 말이라는 게 있기나 할까.


이별이야 교복차림 여학생일 때도, 다 컸다고 으스대던 스무 살 때도 네 것 내 것 안 따지고 아팠다지만, 어째 나이가 들수록 더한 것 같다.


지금껏 겪은 작별과 이별만으로도 충분히 내성이 생길 법하거늘. 헤어짐에 대한 면역력은 뭐가 이리도 약한지, 세상 모든 헤어짐이 내 이별, 우리의 이별로 파고들어 가슴이 뻐근하.


그래도 이 난리 통에 하나 다행인 건, 서른여섯이별은 어릴 적의 그것보단 분명 덜 요란하다는 것. 조금은 잔잔하루에 스민다는 것. 그 덕우리는 차츰 이별에 무던해지거나 관대해지고 있다는 것.


이 모든 건 아마도, 무작정 울며 떼쓰기만 하면 제 것이 됐던 세 살 버릇이, 다 큰 어른들의 세계에선 들어먹지 않음을 우리 모두가 알게 됐기 때문이리라.


사랑이 떠난 자리에 사랑이 온다는, 사람은 사람으로 잊힌다는, 시간 앞에 영원히 아픈 이별은 없다는 애석한 순리를 금쪽같은 청춘을 수업료로 주며 배우고 있지 않던가. 그러니 어쩔까. 운 거 아끼지 말고 지런히 써먹어야지.


결혼까지 가지 않으면 7년 사랑이건 하룻밤 사랑이건 결국엔 다 비슷비슷 만나다 이래저래 헤어진, 그저 그런 연애가 되는 세상. 또 그런 나이.


70년을 산 노부부처럼 사랑했고 편안했고 익숙했고 그래서 소홀했던, 내 친구와 그의 전 애인이 쌓은 7년. 선뜻 헤아려지지도 않는 그 길고 많고 오랜 날들의 모든 것이, 두 남녀에게 귀한 선물이 되 바란다.


7년을 지척에서 봐온 두 사람 연애와 나도 오늘부터 헤어져야 한다니. 아직 내 이별도 못 끝낸 내 코가 석자인 신세거늘. 못된 것들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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