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미움은 종이 한 장 차이라더니 정말 그랬다. 간사하고 얄팍한 게 감정인지라, 좋다 싫다 죽 끓듯 한 변덕은 너나 할 것 없이 우리의 가슴에서 빈번했다.
그게 그저 한 때고, 지나고 나면 다 철없는 시절의 고집일 뿐이라는 걸 그때 우리는 왜 몰랐을까. 미움도 애정이 있어 가능하다는 것을 왜 그리 모른 척했을까. 그러해 꼭 이렇게 멀리 와야만 했을까.
너 하나 없다고 불행한 건 아니다. 꽤 괜찮고 더러 행복도 하고 앞으로도 그럴 거고. 다만, 이따금씩 치고 들어오는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바람직하지 못했던 너와의 마지막이 아쉬워 가끔 마음이 시큰할 뿐.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제 일엔 야무진 똑똑이들이 왜 제 사람 하나 지키지 못했는지 그 잘못을 탓하고 싶진 않다.
어려서 몰랐다는 핑계로 버틸 수 있는 한 나는 우리의 선택을 어린 날의 치기로, 부족하기에 범했던 실수로, 완벽하지 못해 가능했던 착각으로 두고 싶다.
굳이 마음먹지 않아도 시간 내지 않아도 기억 곳곳에 그때의 우리가 있다. 그게 얼마나 귀한 건질 모르고, 미웠던 짧은 날과 작았던 감정으로 주고받은 값진 마음과 아꼈던 시간을 덮어 버리다니. 둘 다 똑같이 모자랐구나.
나라는 숲에 어느 계절 깊이 뿌리내렸던 나무.
나는 널 그렇게 기억할 거야. 네가 싫어 내가 베어버린 건지, 내가 싫어 네가 뿌리를 거둔 건지는 서로가 알겠지.
그래도, 그럼에도 그리운 사람아. 잃었어도 잊지는 말자. 잃었다고 잊지는 말자.
잃었으니까 잊는 거까지는 하지 말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