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지려 하기 전에(3) - 단편소설

by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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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전을 오래 하여 허기가 몰려왔다. 펜션에 짐을 풀고 식사를 위하여 우리는 강릉시내에 있는 풍년 갈비라는 고깃집에 들어갔다. 아내와 딸아이가 며칠 전 회를 먹었으니 고기를 먹자고 하여 돼지갈비를 먹은 후 2박 3일 동안 필요한 간식거리와 음료수 등 구입을 위하여 우리는 가까운 마트에 가서 쇼핑을 하였다.

쇼핑을 하고 펜션에 돌아오니 시간이 8시가 넘어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집사람은 텔레비전을 보고 딸아이는 아이패드로 게임을 하며 휴식을 취하였다. 나는 평소 하던 대로 식사 후 산책을 위하여 잠깐 다녀온다고 하고 밖으로 나왔다.

해변에는 밤의 낭만을 즐기는 데이트 족들이 여럿 나와 있었다. 캠핑을 온 젊은이들은 폭죽을 쏘아 올리며 불꽃놀이를 하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파도의 높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파도 위에서 나와 정화는 서핑을 하다가 물에 빠졌다. 물에 흠뻑 젖은 생쥐 꼴을 하고도 뭐가 좋은지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해변 산책을 하고 펜션으로 다시 돌아오자 밤이 이미 사방을 점령하고 있었다. 나는 해변을 걸어 땀도 나고 옷에도 모래가 묻어 샤워를 하려고 욕실에 들어갔다. 샤워기의 물을 트니 따뜻한 물이 안 나와 먼저 샤워를 한 아내를 불러 물어봤다.

“아니 샤워기 밑에 있는 꼭지를 반대로 돌려야지. 찬물 방향으로 틀어 놓고 찬물만 나온다고 불평하면 어떡해. 하여튼 뭘 해도 서툰 양반이야. 서희 아빠는. 서희야 그렇지.” 아내는 나를 보고 나가며 딸아이에게 동의를 구하고 있었다.

“아빠가 그렇게 복잡한 회계와 세무를 담당하는 세무사라는 게 신기하다니까. 안 그래. 엄마.”

딸아이와 아내의 놀림에 나는 머쓱해져서 빨리 샤워를 하고 나오고 말았다. 여독으로 피곤해진 우리는 텔레비전을 보다가 곧 단잠에 빠져들었다.

블라인드를 쳐놓은 사이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이 나의 아침잠을 깨웠다. 침대에서 자고 있는 모녀 쪽으로는 햇살이 미치지 않아 서희와 아내는 꿈나라를 헤매는 듯했다. 블라인드를 살짝 들어 창밖을 보니 사람들이 주차장을 경유하여 차를 타고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벌써 깼어요? 자기 늙었나 봐. 예전에는 아침잠이 많아 출근시키기도 힘들었는데. 요즘은 나보다 먼저 일어나니.”하며 아내가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그 소리에 서희는 반대 방향으로 돌아누우며 잠을 더 청한다.

“일어나서 놀러 가야지. 휴가 와서 잠만 잘 거야?”하는 나의 말에 딸아이는 귀찮아하면서도 일어나 화장실에 들어간다.

우리는 세수를 하고 간단히 빵과 음료수로 아침을 해결하였다. 점심을 대게 요리로 먹을 생각이라 아침은 최대한 간소하게 먹었다. 주문진 쪽으로 차를 몰아 주문진 수산시장을 구경하였다.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많이 줄어서 그런지 시장상인들은 우리에게 다가와 서로 자기들 가게로 오라고 하였다.

인터넷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대게 집을 찾아낸 우리는 방을 잡고 대게를 주문하였다. 푸짐한 주변 요리와 함께 메인 요리인 대게가 나왔다. 우리는 각자 한 마리씩 대게를 먹고 대게라면을 마지막으로 곁들여 함포고복하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배도 꺼트릴 겸 도깨비라는 드라마의 촬영지로 유명한 영진해변 방파제를 찾았다. 날씨가 흐려서 구름이 많이 끼어있는 해변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방파제 쪽 빨간 등대에는 연인들이 사진을 찍기 위하여 삼삼오오 몰려 있었다. 나는 기시감으로 이곳에 와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화와 미정이가 방파제 쪽에서 나와 기주를 보며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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